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레스토랑에선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엽기적인 점심 모임이 열린다. 화려한 실내장식과 최고급 메뉴, 그런데 테이블 옆 대형 스크린에는 피투성이 시체 사진이 뜬다. 참석자들은 '비도크 소사이어티' 회원인 각국 범죄 전문가와 사설탐정들이다. 사진 속 사람이 살해된 미제(未濟)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식사하며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비도크는 19세기 프랑스의 전설적 흉악범이었다. 도둑질·강도·인신매매·지폐위조로 감옥을 단골처럼 갔으나 50여 차례나 탈옥해 뛰어난 변장술로 거리를 누볐다. 경찰은 비도크의 범죄 노하우를 수사에 이용하려고 그를 스파이로 고용했다. 비도크는 특별수사대장으로까지 승진해 2만명이 넘는 범죄자를 잡아넣었다. 그는 은퇴한 뒤 세계 최초의 사설탐정 사무소를 열었다. 코난 도일의 소설 속 명탐정 셜록 홈즈가 태어나기 50년 전 얘기다.
▶살다 보면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정보를 수집하고 사실을 밝혀내는 게 사설탐정이다. 일본에는 6만여명의 사설탐정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을 길러내는 탐정학교와 대학 탐정학과도 있다. 배우자 불륜 조사는 2만~5만엔, 가출·행방불명자 조사는 10만엔 식으로 일 따라 가격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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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탐정을 허용하는 경비업법 개정안이 그제 국회 관련 소위를 통과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일어나는 사기 사건이 20만건이나 되지만 기소율이 20%에 지나지 않는다. 한 해 실종·가출자가 6만명을 넘지만 수사 경찰은 2만명밖에 안 되니 가족은 애만 태운다. 한편에선 심부름센터·흥신소의 불법 탐정 영업이 성행하고, 외국 사설탐정들이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다. 탐정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고 사생활 침해와 불법 증거 수집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면 사설탐정 제도를 추진해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