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보다 열 살 많은 남편 데니스 경은 "야만스러운" 사형제도에 반대했지만 아내는 듣지 않았다. 그러나 데니스는 대부분 다른 정책은 아내를 지지했다. BBC 방송이 아내에게 비판적일 때도 "방송국 내 호모와 트로츠키파가 총리를 핏물로 공격한다"며 역성을 들었다. 언론은 그를 "골프와 진토닉에 빠진 보수반동"이라고 비아냥댔지만 데니스는 기자들 앞에서 아내를 "보스"라고 치켜세웠다.
▶아내가 세 번째 총선에서 승리하고 환호하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을 때 데니스는 딸 캐럴에게 속삭였다. "1년만 있어봐라. 네 엄마 인기가 땅에 떨어져 있을 테니." 그 말은 딱 들어맞았다. 대처는 집권 10년째에 "그만 물러나자"는 남편 말에 귀를 닫았고 이듬해 당권 경쟁에서 밀려났다. 내년쯤 보게 될 새 영화 '철의 여인'에서 메릴 스트립이 열연하는 대처는 여든여덟에 죽은 남편 이름을 안타깝게 외쳐 부른다.
▶동물사회에서 늙은 수컷은 비장하거나 비참하다. 평생 적으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던 수사자는 사냥할 힘을 잃으면 젊은 수컷에게 자리를 내주고 쫓겨나 '마지막 여행'에서 혼자 죽는다. 늙은 수고양이도 죽을 때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침팬지에게 A 방법으로 먹이를 주다 갑자기 B 방법으로 바꾸면 늙은 수컷만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젊은 것들과 암컷에게 애물단지처럼 뒤처진다.
▶어느 나라건 '늙은 남편'을 조롱하는 농담은 넘쳐난다. 일본에서는 "비 오는 가을날 구두에 붙은 낙엽" 신세로 비유된다. 아무리 떼내려 해도 달라붙는다는 뜻이다. 실제 인구조사 결과도 씁쓸하다. 몇 년 전 일본 에히메현에서 노인 3100명을 조사했더니 여성은 남편 있는 쪽이 없는 쪽보다 사망 위험이 두 배 높았고, 남성은 그 반대였다. "늙은 남편이 아내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엊그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여성의 71.8%가 "늙은 남편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 그만큼 돌봐야 하는 기간도 늘어날 것이라는 여성 쪽 걱정이었다. 늘 듣던 말 같은데 남성에겐 점점 더 내몰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납북된 남편을 36년이나 기다려온 할머니도 있다. 지난주에야 남편 소식을 듣고 "결혼했답디까? 그럼 됐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있어야 살지"라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