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항아리 배(腹)

yellowday 2011. 11. 17. 00:49

 

은희경 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비만증에 걸린 사내의 힘겨운 살 빼기를 다뤘다. 그는 "인간의 몸은 철저히 지방(脂肪)을 모아 저장하는 돌도끼시대 시스템으로 프로그램돼 있다"고 믿는다. 빙하기 때 추위를 견디려고 지방을 축적한 원시인 습관이 현대인의 비만증 원인이라는 얘기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그는 와이셔츠를 입으며 "목부터 살이 빠진다"며 기뻐한다.

▶2007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비만 유전자 'FTO'를 찾았다고 했다. FTO는 허기와 포만감을 조절하는 뇌 시상하부에서 활동한다. FTO를 지닌 사람은 몸무게가 1.6~3㎏ 더 나간다고 한다. 2010년 미국 소크 생물학연구소는 모든 사람이 지방을 몸속에 쌓는 유전자 Crtc3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지닌 사람은 보통사람보다 체중이 평균 3㎏ 더 무겁다.

▶지난 8월 영국·호주 의학자들은 학술지 '랜싯'에 낸 보고서에서 "1970년대 들어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 산업의 성장으로 비만이 만성질환이 됐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이 이대로 가다간 지금 1억명인 비만 인구가 20년 뒤 1억6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자들은 각국 정부가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비만 퇴치 운동을 벌이라고 촉구했다. 비만을 일으키는 식품업자들에게 '비만세(稅)'를 매기고 TV 광고를 규제하라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그제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남자 비만율이 36.3%나 돼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거꾸로 여자 비만율은 사상 최저치인 24.8%였다. 여성 비만율이 떨어지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20~30대까지는 몸매 관리를 열심히 하다 50대 이후엔 남자와 비만율이 비슷해진다. 남자는 사회생활이 가장 활발한 30~40대 비만율이 특히 높았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지난해 남자들만 조사했더니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라는 답이 많았다. "음식으로 화를 푼다"는 답도 적지 않았다. 일주일 세 차례 넘게 걷는 남자는 그렇지 않은 남자보다 '항아리 배(腹)'가 될 확률이 17% 낮다. 의사들은 남자들이 아침을 거를수록 살찌기 쉽다고 말한다. 직장 남성들은 하루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을 저녁에 먹는 '야간식이증후군'에 빠져 있다. 몸속의 원시인을 일찍 깨워 아침부터 먹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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