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친구 作品

<단편소설> 어붕골댁 8.- 티눈 作

yellowday 2011. 8. 26. 01:42




어붕골댁 8.- 티눈 作


어붕골댁은 가끔씩 싹불이와 순냄이를 짝을지어 줄 생각도 해 보았다.
꼭두 만당집에 사는 순냄이는 자주 어붕골댁에 들려 스스로 허드렛일을 해 주고
물길이 먼 마을 한샘에서 물을 길러다가 물드무가 자불자불 하도록 채워놓고 가곤했다.

그럴 적마다 어붕골댁은 순냄이에게 배고픈 허기를 채워주고 또 돌아 갈 때는 맨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순냄이는 말씨가 적고 일에는 손끝이 매웠다.
그래서 순냄이가 잔뜩 맘에 들었다 가난한 집 딸이어서 천봉답 한때기라도 떼어주고
싹불이와 짝을 지어 며느리로 삼고 싶었다.

순냄이가 어붕골댁을 자주 드나들자 양철네는 순냄이를 볼 적마다 새초롬한 눈빛으로 아래 위를 훑었다.
양철네 그 암팡진 년은 지까다비 콧짐까지 씐 무당이고 정탐꾼이다.
.
무슨 꿍심이 있었든지 생전 오지 않던 순냄이 집에 들렀다.
“순냄이 아부지가 아파서 욕을 본다면서
내 한테 안택굿이라도 한분 하마 영검이 있을 긴데 그놈의 가난이 원수제.”

그는 가난 구경이라도 하러 온듯 시쁜 눈으로 이구석 저구석 훑었다.
추녀끝 썩은새 밑으로는 알매가 들어나고 쪽방 귀서리는 흙벽이 떨어져 나가 싸릿대 힘살이 쭈룩쭈룩했다.
그년은 나이 사십 줄에 싼다가지에 구라분 싹 바르고 귀밑까지 박하분을 칠한 년이다.
 
“순남아 너가부지 저실 삼동을 우째 넝갈라 카노? 싹불이 하고 혼사나 펏뜩 성사시키래이.
어붕골댁이 죽고 나마 그 살림 누 주겠노? 두 사람이 짝을 맞추마 짚신날에 닥나무 껍질이지.”

순냄이는 댓돌에 앉아 짚신코만 만지작거리고 가는귀가 살짝 어둔 순냄이 어미가 뿌시기 방문을 열고
“누가 머라카노 싹불이가 머 우쨋다고 ..싹불이가 마알라꼬 내 집에 숨을 것고?”

이때 어붕골댁이 어떻게 알았는지 순냄이 집에 활쑤같이 날아들었다.
“양철네, 니가 이 꼭두만당에 우짠일고? 지까다비가 가라고 시키드나?”
“어붕골댁이 내만 보마 와이카능교? 그때도 구카디마는 또 카네.”

“싹불이 정탐할라꼬 왔제? 니가 이년아 매구지 사람이가? 이 동네가 물렁해서 살고 있지
몰음찬 동네라카마 하루도 못베긴다.”
어붕골댁의 매몰찬 소리에 양철네는 가슴을 툭툭쳤다.
“오나가나 꼬랑대기에 구설이나 물고 달가지에 가래토시가 나도록 후차댕기봐라.”
어붕골댁 목소리가 삼이웃에 톡톡 튀었다.

이럴 땐 마을 사람들은 지까다비 눈총도 피해야하고 어붕골댁 입살도 피해야했다.
이쪽저쪽 어간에서 몸을 사린다는 것이 꼭 마을에 역병이라도 도는 듯했다.

해질녘엔 바람이 일어섰다.
밤 자정 쯤엔 마을 대숲에서 바람이 쏟아지고 강 건너 땅꿈 부락 개짖는 소리가 한결 가까이서 들려왔다.
그날 밤 어붕골댁에 싹불이가 도둑고양이처럼 찾아 들었다.
그는 저승사자처럼 까만 부엌에 서 있었다.
“마님예 저 왔습니더.”
“누고?”
“싹불입니더.”

싹불이는 누더기 바람을 껴입고 말뚝처럼 우두커니 부엌에 서 있었다.
어붕골댁은 어둠구석에 화종지만한 눈알을 굴리면서 호롱심지에 불을 붙였다.
“내가 꿈땜을 했네. 간밤에 자네 꿈을 꾸었네.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보자.”
“마님이 보고 싶어 왔습니더.” ...9부에 계속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