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붕골댁 7.- 티눈 作
“그랑께네 온 마실이 발칵 뒤집히고 어붕골댁이가
시아버지 시신을 업고 지까다비 집 안방으로 옮길라고 생 발사심을 첬는데
상포계군들이 한사코 말려 가지고 진정을 시켰다요.
임노인 초상을 치는데 인자 싹불이가 도마위에 오릉기라.
문중에서 싹불이를 머슴 취급을 하고 상복을 입어라 벗어라 삿대질을 한께네
싹불이 그 마른 속에 화풀이로 도끼를 들고 뛰쳐나가 지까다비 선친 비석을 뿌사붓다요.
얼매나 몽창시럽게 망깨를 놨던지 시동가리 니동가리로 작살을 내 놓고 웃냥이 급한께네 내 뺑기라요.”
“앗따 죽전댁이 이바구가 우째그래 감칠맛이 나능교.”
“아이구 싱거분 소리 그만하소.”
“종자 강냉이 씨알맨치로 또록또록한 이바구가 이놈의 간장을 살살 녹이네.”
“누가 들어마 머라 카겠노?”
“듣긴 누가들어.”
그들은 박진 강나루 어금에서 헤어졌다.
싹불이 도망간지 벌써 이태가 되었다.
어붕골댁은 철따라 짓는 농사를 두량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루 쯤 일손을 줄듯 한 사람들도 서로 품앗이를 핑계하고 지까다비의 눈치를 보느라 찌붓거렸다.
늦게나마 마을 머슴들의 울력으로 늦모를 심었다.
한때는 인심 좋고 먹새가 좋아 일꾼 놉 대기가 쉬웠는데 세월이 더러 어붕골댁이 낭패를 당한 것이다.
어붕골댁 그늘진 눈빛은 자주 강나루를 바라보았다.
해오름엔 물안개가 자욱하고 해질녘엔 강물에 노을이 반짝반짝 끓었다.
강시울을 밟은 전봇대들이 징검징검 벌판을 질러 천봉산 허리로 입산한다.
어붕골댁은 그쯤에서 시선이 오래 멎었다.
천봉산 너머엔 안태봉이 있고 또 거기서 삼십리 먼 발치에 용주사란 암자가 있다.
싹불이 모습이 허물허물 피다말고 사라진다.
어붕골댁이 싹불이 화약 같은 성깔을 두고 혼자 궁시렁거렸다.
“문둥아! 문둥아! 니가 벅수지 인부적 세부적도 모르고 설쳤다니....쯧쯧!”
어붕골댁이 시어른이 죽고 홀몸으로 멸문지가에 이르자
이젠 싹불이가 머슴이 아닌 자식으로 바위처럼 마음을 굳혔다.
이제나 저제나 싹불이 숨어 지내는 하늘 쪽에 두 손 합장하고 ‘나무관세음보살’을 들먹였다.
세상을 둘러 온 달이 조용하게 중천에 뜰 땐 지나 온 얘기들이 선잠 깬 누에처럼 고개를 치켜들었다.
싹불이 열두 살 때 목멘 송아지처럼 집으로 들어와 시어른과 삼년동안 침식을 같이했다.
가끔씩 소 먹일 꼴을 한 망태 짊어지고 들어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밥상머리에 앉히고는 친손자처럼 다루었다.
세월이 흘러 시어른의 천만기침이 심해지고 해수가 골골하자 그때부터 싹불이는 저녁 마실이 심해졌다.
언제나 마을 머슴방을 들락거리면서 꼬장한 심부름이나 하고 더러 잎담배를 둘둘 말아 뻐꿈뻐꿈 태우기도 했다.
어붕골댁이 불러다가 수시로 꾸짖고 짬짬이 언문을 가르쳐 글눈까지 틔웠지만
꿩 새끼 마냥 배실배실 옆닥 걸음을 걸었다.
싹불이 나이 열 일곱살 되든 해 싹불이가 행낭 한 켠에 방 하나를 더 만들어 차지하고 농사를 두량했다.
그가 스무살이 넘자 싹불이 방은 마을 머슴들의 영내방이 되어 밤이면 새끼를 꼬고 미투리를 삼으면서
그 걸판진 입들을 한시도 놀리지 않았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사 그들의 푼수를 벗어난다지만 천날만날 한다는 얘기가 고쟁이 밑에 갈방니 기어가는 소리다.
싹불이도 더러 머슴들의 얘기에 간지러운 토를 달았다.
덕지덕지 말라붙은 지난 얘기들과 목매 죽은 시아버지의 환영이 행낭채에 거뭇한 그림자를 드리울 땐
행낭 서까래 밑이 훤 하도록 평상에 놓인 등불에 잔득 심지를 돋구었다.........8부에 계속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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