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느 한밤에 불현듯 자주 연락이 닿지 않던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반갑기도 하지만 그 찰나에는 무슨일인가 싶기도 하고, 혹시 일치레삼아 연락한건 아닌가 싶은 묘한 경계의 마음도 일어나게 되네요.
그런데 뜻밖에도 이렇게 오랜만에, 그것도 한밤중에 연락을 해온 지인은 '밤하늘이 참 곱다.
강가에 떠오른 달빛이 너무 고와서 전화한번 해봤어...' 라고 읇조리네요. 심쿵!! 헤어진 연인들이 알콜 기운을 빌려서나 할 이야기지만
빗장이 풀어지고 반가움 마음 앞서는 건 그 순수한 동기가 전해졌기 때문이죠.
그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 썸이 아니라 순수한 동기로 내가 누군가에게 밤 하늘의 달을 보고 떠올릴 만한 사람일수 있다니...
그 감사함과 함께 상대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 이 밤이 한없이 낭만적이고 근사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하루의 온갖 이야기들은 배경이 되어 장식되고 지금 이순간 설레이는 감정이 내 마음속에 환한 달처럼 두둥실 떠올라 마치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아스라히 내려다보는듯한 기분으로 상대가 이야기 하는 풍경들이 동화에 나올법한 모습으로 아기자기하게 그려지죠.
갑작스레 닿은 연락에 못난 마음이 일어 잠시나마 경계했던 시간이 부끄럽습니다. 세상에나.. 너무 감사하게도 밝은 달 안부삼아
내게 연락을 주시다니.. 상대가 거닐고 있을 풍경이 손에 닿을듯 눈에 밟힐듯 신기루처럼 생생하게 떠올라 이미 이심전심으로 공감을 나눕니다.
세상에, 달이 떴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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