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思慕)/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잊혀지기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있어 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을 잘라 핏줄 오선을 그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해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이미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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