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이해인님의 시 모음

yellowday 2018. 3. 24. 09:51

이해인님의 시 모음


"내가 죽기 전 

한 톨의 소금 같은 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사랑의 사계절


봄에는

연둣빛 새싹을 닮은

쉼표의 설렘으로


여름에는 소나기를 닮은

감탄사의 열정으로


가을에는

산바람을 닮은

말없음표의 감동으로


겨울에는 

하얀 눈을 닮은

물음표의 기도로


사람은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암호로

나를 행복하게 하네



12달의 친구이고 싶다


1월에는 

가장 깨끗한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따뜻한 친구이고 싶고


2월에는 

조금씩 성숙한 우정을 

맛볼 수 있는 친구이고 싶고


3월에는 

평화스러운 하늘빛과 같은

거짓 없는 속삭임을 나눌 수 있는

솔직한 친구이고 싶고


4월에는 

흔들임 없이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으로

대할 수 있는 변함없는 친구이고 싶고


5월에는

싱그러움과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우리 서러에게만 권할 수 있는

욕심 많은 친구이고 싶고


6월에는

전보다 부지런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한결같은 친구이고 싶고


7월에는

즐거운 바닷가의 추억을 생각하며

마주칠 수 있는

즐거운 친구이고 싶고


8월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웃는 얼굴로 차가운 물 한 잔 줄 수 있는

여유로운 친구이고 싶고


9월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고독을 함께 나누는

분위기 있는 친구이고 싶고


10월에는

가을의 풍요로움에 감사할 줄 알고

우리 이외의 사람에게 나누어 줄줄 아는

마음마저 풍요로운 친구이고 싶고


11월에는

첫눈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열중하는

낭만적인 친구이고 싶고


12월에는

지나온 즐거웠던 나날들을

얼굴 마주보며 되 뇌일 수 있는

다정한 친구이고 싶다



-이해인 시집 '작은 기쁨' 중에서-


그 외

 

♬작은소망, 작은기쁨, 비오는날 아침, 여름단상, 여름노래, 여름일기

7월은치자꽃향기속에, 6월의시

6월엔내가, 장미를생각하며

장미의기도, 진달래, 봉숭아

사랑의사계절, 고마운기쁨

새에게, 편지쓰기, 꽃밭에서

나무의연가, 소나기, 푸른기도

꽃과나무, 열매, 9월의기도

 연꽃의기도

익어가는가을, 가을일기

 바람에게,  눈 내리는 날

6월의장미, 나팔꽃, 

달빛기도, 휴가때의 기도, 



민들레의 영토(領土)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太初)부터 나의 영토(領土)는
좁은 길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人情)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남은 저녁 노을에
저렇게 긴 강(江)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은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름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봄 편지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에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사랑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저게전에 책에서보았는데 기억이안나서
카페에서뒤져서 찾아냇어요
제가 이시보고 처음뭔가를느껴서 추천해봅니다

 

 

어떤기도


적어도 하루에
여섯 번은 감사하자고
예쁜 공책에 적었다


하늘을 보는것
바다를 보는것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기쁨이라고
그래서 새롭게
노래하자고...


먼길을 함께 갈 벗이 있음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서 감사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픔 중에도 감사하자고
그러면 다시 새 힘이 생긴다고
내 마음의 공책에
오늘도 다시 쓴다

 

 

말의 빛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빛

 


선물의 집


사랑할 때 우리 마음은
바닥이 나지 않는 선물의 집
무엇을 줄까
어렵게 궁리하지 않아도
서로를 기쁘게 할 묘안이 끝었이 떠오르네
다른 이의 눈에 더러
어리석에 보여도 개의치 않고
언어로 사물로 사랑을 표현하다
마침내는 존재 자체로
선물이 되네, 서로에게


사랑할 때 우리 마음은
괴로움도 달콤한 선물의 집

이 집을 잘 지키라고
하느님은 우리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준 것이겠지?

 

 

가난한 새의 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 다니는
흰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황홀한 고백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친구에게


부를때마다
내 가슴에서 별이 되는 이름
존재 자체로
내게 기쁨을 주는 친구야
오늘은 산숲의 아침 향기를 뿜어내며
뚜벅뚜벅 걸어와서
내 안에 한 그루 나무로 서는
그리운 친구야

때로는 저녁노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으로
내 안에 들어와서
나의 메마름을 적셔 주는 친구야
어쩌다 가끔은 할말을 감추어 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내 안에서 기침을 계속하는
보고 싶은 친구야

보고 싶다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그리움과 설레임
파도로 출렁이는 내 푸른 기도를
선물로 받아 주겠니?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
빙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주던
따뜻한 친구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모였다가
어느 날은 한 편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나 보다

때로는 하찮은 일로 너를 오해하는
나의 터무니없는 옹졸함을
나의 이기심과 허영심과 약점들을
비난보다는 이해의 눈길로 감싸 안는 친구야
하지만 꼭 필요할 땐
눈물나도록 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는
진실한 친구야

내가 아플 때엔
제일 먼저 달려오고
슬픈 일이 있을 때엔
함께 울어 주며
기쁜 일이 있을 때엔
나보다 더 기뻐해 주는
고마운 친구야
고맙다는 말을 자주 표현 못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너는 또 하나의 나임을 알게 된다.

너를 통해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기뻐하는 법을 배운다.
참을성 많고 한결같은 우정을 통해
나는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본다.
늘 기도해 주는 너를 생각하면
나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다.
나도 너에게 끝까지
성실한 벗이 되어야겠다고
새롭게 다짐해 본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 못해
힘든 때도 있었지만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며
오랜 세월 함께 견뎌 온 우리의 우정을
감사하고 자축하며
오늘은 한 잔의 차를 나누자
우리를 벗이라 불러 주신 주님께
정답게 손잡고 함께 갈 때까지

우리의 우정을 더 소중하게 가꾸어 가자.
아름답고 튼튼한 사랑의 다리를 놓아
많은 사람들이 춤추며 지나가게 하자.

누구에게나 다가가서
좋은 벗이 되셨던 주님처럼
우리도 모든 이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행복한 이웃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벗이 되자.
이름을 부르면 어느새 내 안에서
푸른 가을 하늘로 열리는
그리운 친구야...

 

 

너에게 띄우는 글


사랑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 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 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헤어져야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말을 위한 기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 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시고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민들레의 연가


은밀히 감겨 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 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다 봄 하늘에 시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서시

 

당신을 위한 나의 기도가
그대로
한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당신 안에 숨쉬는
나의 내일이
읽을수록 맛드는 '한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때로는 아까운 말도
용기있게 버려서 


더욱 빛나는
한편의 시처럼
살게 하소서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 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늘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 난을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의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되어

혼자서도

풍요러워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