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삶 / 안도현

yellowday 2017. 11. 19. 09:06


/ 안도현



게는 이 세상이 질척질척해서

진흙뻘에 산다

진흙뻘이 늘 부드러워서

게는 등껍질이 딱딱하다

그게 붉은 투구처럼 보이는 것은

이 세상이 바로 싸움터이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설 줄 모르고

게가 납작하게 엎드린 것은

살아 남고 싶다는 뜻이다

끝끝내


그래도 붙잡히면

까짓것 집게발 하나쯤 몸에서 떼어주고 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새살이 상처 위에

자신도 모르게 몽개몽개 돋아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