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안도현
게는 이 세상이 질척질척해서
진흙뻘에 산다
진흙뻘이 늘 부드러워서
게는 등껍질이 딱딱하다
그게 붉은 투구처럼 보이는 것은
이 세상이 바로 싸움터이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설 줄 모르고
게가 납작하게 엎드린 것은
살아 남고 싶다는 뜻이다
끝끝내
그래도 붙잡히면
까짓것 집게발 하나쯤 몸에서 떼어주고 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새살이 상처 위에
자신도 모르게 몽개몽개 돋아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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