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야기 24 / 조병화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는 날엔
평소에 내가 그러했듯이
쓸쓸히 혼자서 떠나련다
너에게 더 가까이 말을 전하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작별을 하는 날엔
평소에 내가 그러했듯이
나의 詩와 같이 쓸쓸히 떠나련다
진실로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진실로
한 번도 주어 본 일이 없다
진실로
한 번도 나를 풀어 놓은 일이 없다
내게 숨은 소망을 이제 내게 말하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는 날엔
평소에 내가 그러했듯이
쓸쓸한 비가 내렸으면 한다
길고 짤막한 인간의 골목
피해서 살다 가는 나의 골목
평소에 내가 그러했듯이
이 세상 뉘게도 신세로움 없이
쓸쓸한 빗소릴 들으면서 혼자서 떠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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