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 / 이어령

yellowday 2017. 10. 23. 22:44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 / 이어령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절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를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 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것을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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