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종환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께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13] 갈증이며 샘물인 -정현종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갈증이며 샘물인 샘물이며 갈증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 갈증이며 샘물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1999년> ▲ 일러스트=클로이 스무 살 언저리 어느 날, 친구 손에 이끌려 아주 작은 섬으로 소풍을 간 일이 있다. 그곳은 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섬, 도심의 ..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12] 새벽밥 - 김 승 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 일러스트=이상진가끔 새벽에 일어나면 밥솥을 열어본다. 별들이 밥이 되어 껴안고 있는 밥솥이 당신..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11] 남편 - 문 정 희 남편 - 문 정 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10] 즐거운 편지 - 황 동 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9] 그대 있음에 - 김 남 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8] 찔레꽃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찔레나무숲..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7]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1966년>..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6]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 애송詩 사랑詩 2012.11.23
[5]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 애송詩 사랑詩 201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