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詩 사랑詩 224

[2]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 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일러스트=이상진 어느 날 문득 연인이 "왜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어오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누추한 도시 가로수에 번개처럼 꽂힌 단풍을 세듯 사랑을 셈해본다. 세월아, 이젠 사랑에 까닭 같은 건 없어도 좋으련만, 만해 한용운(1879~1944)은 사십 중후반..

애송詩 사랑詩 201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