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10 03:05
박근혜 대통령은 1974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유학 중이었다. 친구들과 여행하던 8월 어느 날 하숙집에서 연락이 왔다. "빨리 돌아오세요." 혼자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느낌이 안 좋았다. 하숙집에선 대사관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지금 서울로 가야 한다고 했다. 서둘러 샤를 드골공항에 도착한 박근혜는 신문 가판대에서 어머니 사진을 봤다. 기사 헤드라인은 '암살'이었다. 당시 상황을 그는 이렇게 기록했다.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유학을 중단한 스물두 살 박근혜는 청와대로 돌아와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소탈한 생활,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꿈, 이 모든 것을 집어던지기로 했다'고 썼다. 1979년 10월 27일 새벽, 박근혜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양복이 피에 젖은 김계원 비서실장이 관저 앞에 머뭇거리며 서 있었다. 장례식 후 박근혜는 아버지 피 묻은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빨며 오열했다. 5년 전 어머니 피 묻은 한복을 빨던 기억이 겹쳤다. 그는 "누가 내 등에 비수를 꽂는다 해도 그때만큼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학을 중단한 스물두 살 박근혜는 청와대로 돌아와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소탈한 생활,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꿈, 이 모든 것을 집어던지기로 했다'고 썼다. 1979년 10월 27일 새벽, 박근혜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양복이 피에 젖은 김계원 비서실장이 관저 앞에 머뭇거리며 서 있었다. 장례식 후 박근혜는 아버지 피 묻은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빨며 오열했다. 5년 전 어머니 피 묻은 한복을 빨던 기억이 겹쳤다. 그는 "누가 내 등에 비수를 꽂는다 해도 그때만큼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0·26이 일어난 지 한 달 후, 그는 근령·지만 두 동생을 데리고 청와대를 떠났다. 스물일곱 살 가장(家長)이었다. 아버지에게 등 돌린 세상과 사람들을 보며 배신의 트라우마가 생겼다 한다. 육영재단 운영을 놓고 근령씨와 갈등도 깊어졌다. 세상과 점점 멀어져 간 시간이다.
▶긴 침묵을 깨고 1997년 말 정치에 입문한 그는 보수 정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이긴 그는 34년 만에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는 감격을 누렸다. 그는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타던 (청와대) 연못이 없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없어진 건 연못만이 아니었다. 그의 초심도 사라졌다.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했고 최순실의 국정 농락을 막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피붙이는 동생 지만씨 첫째 아들이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만씨 가족을 청와대에 부르지 않았다. "역대 정권 친인척 비리를 보고, 지만 부부를 청와대에 얼씬 못 하게 했다"고 지인들에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친인척 아닌 비선(祕線)의 국정 농단은 방치했다. 어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정치에 입문한 지 18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 기간이 18년이었다. 부모를 기구하게 잃은 대통령이 본인마저 탄핵으로 권한이 정지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국민의 마음을 그는 알까.
▶긴 침묵을 깨고 1997년 말 정치에 입문한 그는 보수 정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이긴 그는 34년 만에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는 감격을 누렸다. 그는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타던 (청와대) 연못이 없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없어진 건 연못만이 아니었다. 그의 초심도 사라졌다.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했고 최순실의 국정 농락을 막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피붙이는 동생 지만씨 첫째 아들이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만씨 가족을 청와대에 부르지 않았다. "역대 정권 친인척 비리를 보고, 지만 부부를 청와대에 얼씬 못 하게 했다"고 지인들에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친인척 아닌 비선(祕線)의 국정 농단은 방치했다. 어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정치에 입문한 지 18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 기간이 18년이었다. 부모를 기구하게 잃은 대통령이 본인마저 탄핵으로 권한이 정지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국민의 마음을 그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