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16 03:11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안 검사 출신이었다. 다소 다혈질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한 성격이라고들 했다. 그는 2015년 1월 사표를 던졌다. '정윤회 게이트'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회 출석을 거부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정호성·안봉근 등 권력 핵심은 출석시키지 않고 자신만 국회에 나오라고 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사퇴 후 "나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지 비서실장의 비서가 아니다"고 했다. 지난 8월 말 그의 부음(訃音)이 알려졌다. '조용히 장례 치러 달라'는 유언에 따라 가족은 그가 세상 뜬 지 사흘 후 지인들에 죽음을 알렸다. 최순실 사태가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이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재임 210일간 있었던 일을 꼬박꼬박 기록했다. 현 정부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수첩을 앞에 놓고 대통령 말씀을 받아 적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이런 분위기는 수석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김 전 수석은 상관인 비서실장 발언 내용을 꼼꼼히 적어놓았다. TV조선이 그의 비망록을 입수해 연일 보도했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재임 210일간 있었던 일을 꼬박꼬박 기록했다. 현 정부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수첩을 앞에 놓고 대통령 말씀을 받아 적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이런 분위기는 수석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김 전 수석은 상관인 비서실장 발언 내용을 꼼꼼히 적어놓았다. TV조선이 그의 비망록을 입수해 연일 보도했다.
▶김 실장은 정부를 비판한 언론을 두고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언론중재위,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이 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에 호의적인 매체에 대해서는 '각종 금전적 지원'으로 기록돼 있다. 정윤회 사건을 처음 보도한 신문사를 세무조사하라 했고, TV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정치평론가는 '출연 금지'하라고 적혀 있다. 김 실장 언론 관련 지시 사항은 대부분 비망록 내용대로 이뤄졌다.
▶김 실장은 유신헌법에 대해 '국력 결집과 남북 대결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2014년 중반에는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 '문화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즈음 현 정부가 이념 성향에 따라 예술인을 분류하고 지원 불가 리스트를 내려 보냈다는 의혹이 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검찰 수사 착수 다음 날엔 '휴대폰, 이메일, 통신 내역 범위 기간' '압수수색' '청와대 3 비서관 소환 등 협의'라는 문구가 나온다.
▶6·25전쟁 관련 비망록을 남긴 미국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비망록은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쓰인다"고 했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은 단순히 망각에 대비한 것일 수 있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 권력 심층부의 내밀한 풍경을 증언하는 귀중한 기록인 것은 분명하다. '수첩 시대'의 성과다.
▶김 실장은 유신헌법에 대해 '국력 결집과 남북 대결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2014년 중반에는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 '문화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즈음 현 정부가 이념 성향에 따라 예술인을 분류하고 지원 불가 리스트를 내려 보냈다는 의혹이 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검찰 수사 착수 다음 날엔 '휴대폰, 이메일, 통신 내역 범위 기간' '압수수색' '청와대 3 비서관 소환 등 협의'라는 문구가 나온다.
▶6·25전쟁 관련 비망록을 남긴 미국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비망록은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쓰인다"고 했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은 단순히 망각에 대비한 것일 수 있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 권력 심층부의 내밀한 풍경을 증언하는 귀중한 기록인 것은 분명하다. '수첩 시대'의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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