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01 03:14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 사회에는 몇 가지 부정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민자와 흑인에 대한 혐오
범죄 증가다. 인권 단체인 남부 빈민법센터에 따르면 대선이 끝난 지난 8일부터 단 사흘간 미국 전역에서 200건 넘는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열두 살짜리 흑인 여학생은 또래 백인 남학생으로부터 "이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니 흑인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총으로 쏘겠어"라는 말을 들었다. 한 무슬림 여성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다가 백인 남성에게서 "목격자가 있으니 운 좋은 줄 알아라. 그렇지 않았으면 너를 쏴 죽였을 거다"라고 협박당했다.
미국 지식인들은 이제까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행동들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용인되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고 걱정한다. '아메리칸 드림' 신화를 가능하게 했던 미국의 '멜팅 폿(melting pot·여러 인종이 모여 통합된 사회)'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차기 백악관과 행정부 요직은 유대인 비하 발언을 일삼은 극우 인사 등 사회 분열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로 채워지고, 트럼프의 맏사위는 인수위에서 막후 권력을 휘두르는 등 벌써부터 비선(秘線) 실세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열거한 사례들만 보자면 미국 사회는 급속히 후퇴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는 혐오 범죄가 늘고 있는 미국보다 더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분위기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 누설 등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검찰 수사를 거부한 대통령과 탄핵을 요구하는 야당들이 마주 보고 달린다. 권력을 등에 업은 최순실 일가가 인사와 국정을 좌지우지한 모습을 본 국민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을 버렸고, 잃어버린 믿음 대신 박탈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느끼는 좌절감은 어쩌면 더 나은 사회로 한
발짝 내딛기 위한 움츠림인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우리 역사도 수많은 굴곡을 관통하며 직선으로 전진하진 않았지만, 단결과 의지력으로 매번 고비를 넘기며 지금 여기까지 왔다. 오바마는 딸들에게 "재앙을 걱정하기보다는 (고난에 맞서) 좋아, 내가 더 나아갈 수 있는 곳은 어디지?"라고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이건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말이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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