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천방지축 세자 연기하느라 애먹어… 원체 잘 못 노는 성격이라…"

yellowday 2016. 10. 27. 14:27

입력 : 2016.10.27 03:00

18일 종영 '구르미 그린 달빛' 배우 박보검 인터뷰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 "네 소원을 이뤄달라는 게 내 소원이다." "내가 한번 해보련다, 그 못된 사랑."

18일 종영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매회 끝나기 직전 시청자를 사로잡는 대사를 내뱉으며 '엔딩요정'이란 별명을 얻은 배우 박보검(23)을
26일 서울 종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보검은 조선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에서 모티브를 딴 왕세자 이영을 연기했다.

박보검은“드라마를 보고 조금이라도‘힐링’이 되셨다면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26일 인터뷰가 이뤄진 서울 삼청동 카페 밖에는 10대부터 50대의 수십명의 박보검 팬이 서 있었다.
박보검은“드라마를 보고 조금이라도‘힐링’이 되셨다면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26일 인터뷰가 이뤄진 서울 삼청동 카페 밖에는
10대부터 50대의 수십명의 박보검 팬이 서 있었다. /고운호 객원기자

2016년은 '보검매직(박보검이 출연하면 시청률이 마법처럼 오른다는 뜻)'의 해였다. tvN '응답하라 1988'은 역대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19.6%)을 기록했다. KBS 1박2일도 박보검이 게스트로 출연하자 시청률이 수직 상승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는 연타석 홈런을 쳤다. 지난 19일 경복궁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는 그의 얼굴을 보겠다는 팬 5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학생부터 50~60대 여성 팬들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이 드라마는 그의 첫 사극 도전이었다. 꿈과 야망을 숨기고 망나니 행세를 하며 등장한 초반부 이영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원체 잘 놀지 못하는 성격이라 천방지축이면서도 카리스마 넘치고 진중한 이영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답했다. 그는 사극에 적응한 비결로 주변의 도움을 꼽았다.

같은 소속사 임주환은 '눈썹 끝이 망건 끝에 와야 예쁘다'며 한복 맵시 있게 입는 법을 알려줬고, 상대역이었던 김유정은 사극 경험을 살려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줬단다. 감독, 촬영감독, 조명감독까지 그의 주변 칭찬은 끝이 없었다.

실제로 연예계에서 유명한 '바른 생활 사나이'다. 여행지에서 가이드가 정한 식당 대신 다른 현지식당을 찾는 게 그가 생각하는 '일탈'이다.
스트레스는 수영하고 CCM(현대 기독교 음악)을 들으며 푼다고 한다. 그가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너무 재미없죠."

갑자기 생긴 인기가 두렵거나 부담되지는 않을까. "부담되기보다는 이제 팬들께 일일이 인사드릴 수 없어서 죄송한 마음이 커요. 팬사인회만
해도 많은 분이 몰리셨는데 인파 때문에 다치실 것 같아 조마조마했어요. 기껏 왔는데 눈도 안 마주쳐준다고 생각하실까 봐 걱정돼요."

그는 선물을 받지 않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팬사인회에 찾은 팬이 선물을 건네자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선물을 거절하는 모습, 선물 줄
돈으로 저축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말을 해 화제가 됐다. "선물 고르고 편지 쓰면서 설레는 마음은 저도 알아요. 그런데 제가 해 드리는 건
연기밖에 없잖아요 . 청소년들도 갖고 싶고 사고 싶은 물건이 얼마나 많겠어요. 저도 용돈 받으며 자랐는데….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인터뷰 내내 그는 듣는 사람이 숨찰 정도로 빨리 말했다. 인터뷰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답하고 다음 질문을 할 수 있게 한 나름의 배려였다.
40분 동안 그는 "감사"라는 단어를 열 번 넘게 썼다. '세자 저하'의 배려와 사랑이 하해와 같았다.  ㅈㅗ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