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근래에 가히 국보급이라 할 만한 삼국시대 금동반가사유상<사진> 한 점을 구입하였다. 이 박물관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2003년에 아넨버그(Annenberg)재단 기부금으로 매입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높이 22.5㎝의 이 반가상은 이 미술관이 내세우는 자랑스러운 한국미술 컬렉션의 하나로 되어 전시장 라벨에는 특별히 설명문이 실려 있는데 그 문장이 아주 쉽고 친절하다.
"명상에 잠긴 모습의 보살상은 인도, 중국, 한국, 일본에 이르는 전 지역에서 제작되었고, 대부분 미래를 상징하는 미륵보살이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유형이 6~7세기, 삼국시대에 중요한 불교 아이콘으로 출현하였다. 그중 이 반가사유상은 보존상태가 가장 우수할 뿐만 아니라 가장 장엄(spectacular)하다고 할 만하며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 보살이 앉아 있는 대좌는 이례적으로 10면체의 장방형인데 앞면은 치마 주름으로 감춰져 있지만 뒷면은 노출되어 있는 매력적인 투조(透彫) 디자인이다. 이러한 대좌 형식은 중국 당나라의 등나무 의자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관의 태양과 초승달 모티프에는 중앙아시아 영향이 엿보인다. 곱게 땋은 머리단이 가운데서 갈라져 양 어깨 위로 늘어져 내린 것은 드라마틱한 직선 무늬를 보는 듯하다. 이에 반해 손가락과 발가락은 아주 나긋나긋하고 생기가 넘치게 표현되었다. 특히 오른쪽 엄지발가락의 생생한 표현은 마치 이 반가상이 살아 숨쉬는 듯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일류 박물관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명쾌한 해설이다. 삼국과 통일신라 시대에는 실내 장엄을 위해, 또는 호신불로 지니기 위해 높이 10~30㎝에 이르는 작은 금동불상이 많이 제작되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만 해도 1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반가상처럼 조각이 정교하고 매력적인 표정을 갖고 있는 것은 국내에도 몇 안 된다. 동양불교조각사의 지평에서 보아도 당당히 나설 수 있는 희대의 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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