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에서는 '분청사기 특별전'(8월 14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분청사기 57점과 이 전통의 맥락에 있는 8점의 현대미술로 꾸며진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이 특별전을 열게 된 것은 2009년에 열린 '한국미술의 르네상스, 1400-1600'에서 분청사기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새삼 주목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토머스 캠벨 박물관장이 도록 인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15~16세기에 제작된 분청사기는 동시대 어느 나라에도 없던 조선왕조의 아주 독특한 도예 세계이다. 얼핏 보면 12세기 중국의 자주요(磁州窯)와 비슷하지만 양식적으로 이와 연관이 없고 도자의 미학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한국미술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혹적인(fascinating) 장르라고 했다.
모든 도자기는 청자와 백자의 세계에서 보이듯이 기본적으로 깔끔한 맛을 지향했다. 그러나 분청사기는 오히려 질박한 멋을 추구했다. 그래서 청자와 백자에 비해 도자기로서 질이 떨어지고 기법이 거칠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미학의 차이다. 분청사기는 단아한 것, 귀족적인 것이 아니라 전혀 작위적이지 않은 천연스러운 멋이라는 높은 차원의 미학을 추구했다. 거기에는 분방한 서정과 넉넉한 유머, 그리고 질박한 생활감각이 농밀하게 녹아 있다.
'분청사기 철화 연꽃무늬 항아리'<사진>를 보면 간결하게 디자인된 연당초무늬에는 유연한 리듬감이 살아 있는데 항아리 전체에 바른 백토 분장엔 귀얄자국이 시원스럽고도 아주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사실 이런 마티에르 효과란 20세기 현대미술에 와서나 일반화되는 것이니 15~16세기 도자기에 이렇게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는 사실이 차라리 놀랍다. 그래서 이들은 전시회 제목을 '흙의 시정(poetry of clay)'이라고 했다. 이 전시는 9월엔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관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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