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109] 프리어 갤러리의 청자

yellowday 2011. 5. 19. 02:08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재단은 미국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유력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된 준정부기관이다. 영국인 과학자 제임스 스미스슨(James Smithson· 1765~1829)의 "나의 전 재산을 미국에 기증하겠다. 워싱턴에 교육재단을 설립해서 지식의 확대와 보급에 사용해 달라"는 유언으로 설립되었다. 이에 따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콤플렉스에는 자연사박물관·국립미술관·미국사박물관·우주항공박물관 등 18개의 박물관과 9개의 연구소가 있다.

그중 아시아미술관인 프리어(Freer) 갤러리는 찰스 L. 프리어(1856~1919)라는 실업가가 기증한 중국·일본·이란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미술품 2만7000점으로 1923년에 개관되었다. 여기엔 한국 미술품도 570점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양이 적지만 그 질은 아주 높다. 특히 고려청자 컬렉션이 뛰어나다. '청자 표주박형 주전자'<사진>는 가히 국보급 명품이다. 표주박형 주전자는 고려시대에 크게 유행하여 많은 유물이 전하지만 이처럼 탄력 있는 볼륨감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것은 드물다. 비췻빛 유색은 어찌나 투명한지 이 조명 빛이 반사되어 사진으로는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진 연꽃과 새털구름무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유려한 곡선미의 주구(注口)와 두 가닥 줄기를 꼬아 붙인 손잡이가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는 마치 밀로의 비너스상이 매끄러운 몸매에 대비하여 옷주름을 거칠게 표현한 것과 같은 효과다. 거기에 기능적인 면도 있다. 손잡이는 거칠어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주구가 곡선을 이루고 있어 물을 부으면 물줄기가 '똑' 끊어지며 옆으로 '질질' 흐르는 일이 없다. 또 손잡이 귓대부리에 작은 고리가 있어 뚜껑의 꽃봉오리와 비단 끈으로 연결하여 뚜껑이 도망가지 않게 되어 있다. 공예는 용(用)과 미(美)로 구성된다. 이 주전자는 용과 미 모두에서도 만점을 받을 천하 명품이다.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