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30 08:51
韓·日 국립박물관 '보존과학' 전시
#1. 24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 1793년 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제작된 신라 최치원 초상화가 걸려있다. 바로 옆에는 X선 투과 사진이 나란히 전시 중이다. 붉은 관복을 입은 최치원 초상화와 검은색 X선 사진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의 왼쪽 문방구와 오른쪽 책 아래에 시중 드는 동자승이 각각 숨어 있었던 것. 누군가 동자승을 지우려고 덧칠한 흔적이다. 왜 그랬을까. 박물관은 "조선 시대의 억불숭유정책과 관련 있다. 1793년 사찰에 소장된 원래 그림이 후에 다른 장소로 옮겨지면서 최치원의 모습을 유학자로 재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2. 지난 18일 일본 우에노의 도쿄국립박물관 본관 2층. 에도시대 화가 와타나베 가잔(1793-1841)이 그린 국보 '다카미 센세키 초상'이 수리를 끝낸 말끔한 모습으로 독방에 전시됐다. 화가가 선배 난학자(蘭學者)를 그린 이 초상화는 서양의 음영법을 넣어 입체감을 살렸고 인물의 위엄을 강조했다. 그런데 박물관이 보존처리 과정에서 정밀 촬영을 했더니 3가지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①배접지를 제거했더니 밑그림이 확인 안 돼 화가가 밑그림 없이 한 번에 그렸음을 알 수 있고 ②옷의 옅은 푸른색은 뒷면에 채색해 은은하게 앞으로 색이 배어 나오게 하는 기법을 썼으며 ③얼굴 14곳에 표현된 검버섯의 농담(濃淡)이 조금씩 달라 그만큼 사실적인 그림이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 국립박물관에서 '보존과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시가 한창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과학부 창설 40주년을 맞아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 특별전을 5월 8일까지 연다. 늘 박물관의 음지에서 병든 문화재를 치료했던 보존과학이 특별전 주제로 나온 건 처음이다.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 토기, 국보 제127호 금동관음보살입상 등 박물관이 40년간 보존처리한 대표 유물 57점이 나왔다. 문화재의 '수리 전'과 '수리 후'를 비교해 보여주고, 유물이 어떤 재료로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복원됐는지를 실물과 동영상 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도쿄국립박물관은 15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테마전 '보존과 수리'를 열고 있다. 조몬시대 토우, 헤이안시대 큰 칼, 14세기 '석가삼존상' 등 최근 보존처리를 끝낸 대표 유물 23점을 전시했다. 유물 옆에는 수리 전 사진과 단계별 보존처리 과정 사진을 함께 전시해 이해를 높였다. 이용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장은 "박물관에서 보존과학의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이제는 '문화재 병원'에서 구조와 재질, 제작 기술과 관련된 비밀을 밝히는 '문화재 CSI' 단계까지 왔다"며 "도쿄박물관은 최근 80억원 예산을 들여 X선 CT 최신 장비 세 종류를 구입하는 등 보존과학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관람객에게 완성된 유물뿐 아니라 제작·처리 과정까지 전시해 친절하게 보여주는 게 추세라는 것.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예 보존처리실을 전시장으로 옮겨왔다. 전시장 끝에서 투명한 벽면의 '오픈 랩'을 만날 수 있다. 평소 일반인 출입 금지 지역인 보존처리실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학예사들이 고려불화를 복원하고 도자기를 수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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