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 Korea

어찌하여 봄은 항상 섬진강에서 오는가 2.

yellowday 2016. 3. 23. 08:22

입력 : 2016.03.23 03:00 | 수정 : 2016.03.23 06:36

[박종인의 땅의 歷史]


도선이 잠든 옥룡사지

전남 광양읍 북쪽에 있는 백운산에는 동백나무 숲이 빽빽하다. '끝이 없다'고 해야 한다. 숲 한가운데에는 너른 터가 하나 있었다.
정체를 몰랐던 이 터를 1997년 순천대학교 박물관이 발굴했다. 결론은 '도선 국사가 주석하고 죽은 옥룡사지'였다. 사적 407호다.

섬진강변 매화마을 청매실농원에 매화가 가득 피었다.
섬진강변 매화마을 청매실농원에 매화가 가득 피었다.

도선 국사(827~898). 원효와 함께 이 땅 웬만한 절에는 도선과 관련된 창건 설화가 전한다. 묏자리를 잡는 흔한 풍수지리와 달리 도선은
모자라는 부분에 건물이나 숲을 채워넣는 비보(裨補) 풍수에 능했다. 도선은 옥룡사에 모자라는 부분을 동백나무 숲으로 채워넣었다.

지금 옥룡사지에는 동백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300년 수명을 다한 나무들은 세월 속에 또 심고, 또 심어서 지금 숲이 되었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숲은 크고 깊다. 한꺼번에 피고 지는 다른 동백과 달리 이곳 동백은 시기를 두고 피었다가 진다.

황량한 절터를 지나 오른쪽 오솔길로 내려가면 경사 급한 작은 공터에 복원된 도선 국사 부도탑이 있다. 1997년 발굴 당시 부도탑지
아래에서 작은 통일신라시대 석관이 나왔다. 석관 속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60대 남자 유골이 나왔다.
아직도 논쟁 중이지만 많은 사람은 도선 국사 유골이라고 믿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고 세골장을 지냈다는 것이다.

유골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부도탑 위치가 중요하다. 풍수학자 지종학은 '도선의 부도탑에 담긴 비보 사상(2012)'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도선의 부도는 옥룡사 절터를 비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도선께서 평생 이루고자 했던 것이 도탄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구세도인(救世度人)이었음을 생각하면 죽은 육신까지 바쳐 옥룡사를 통해 자신의 염원을 이루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종교와 상관없이 도선이 죽어서 말하려 한 바가 무엇인지 동백 숲에 물어보라.

매화, 섬진강 그리고 홍쌍리

피아골 직전마을

동백나무 숲에서 산을 돌아 섬진강으로 간다. 매화마을이 나온다. 이미 광양 전역에 새하얗게 피어 있는 매화밭이 이곳 다압면
매화마을 청매실농원에서 발상했다. 광양시청 매화정책팀장 최연송이 말했다. "단언컨대 광양 매실은 오직 한 사람 홍쌍리에게서 비롯했다."

홍쌍리는 청매실농원 여주인이다. 남이 뭐라든 젊을 적 강변 야산 돌밭을 개간해 매실을 심고 매실로 매실청과 장아찌, 장류를
개발해낸 여자다. 최연송은 "매실은 그저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쓰였을 뿐 홍쌍리가 매실 활용법을 보급하면서 농민들이 매실 농사를
짓게 됐다"고 했다. 지금은 아들 김민수가 농원을 꾸린다. 산수유마을처럼 외지인들은 꽃구경을 하러 매화마을로 온다.
 이번 주말까지 축제다. 길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하지만 가볼 가치가 있다. 강변 공기에는 매화향이 가득하다. 아침이면
 매화밭은 섬진강 물안개에 싸인다. 비가 오면 매화 비가 내린다. 비가 개면 푸른 하늘에 매화꽃이 봉긋 솟는다.

백부전은 집안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 김미선은 마을을 위해 마을로 돌아왔다. 도선은 나라를 위해 스스로 악지(惡地)를 골라 묻혔다.
홍쌍리 덕분에 섬진강 농부들은 매실로 돈을 벌게 되었다. 이 봄날, 지리산과 섬진강 꽃 나들이에서 엿들어야 할 이야기들이었다.

〈볼거리〉

1. 옥룡사지:
도선 국사가 말년에 주석했다는 절터. 동백나무숲이 아주 근사하다. 오솔길에 있는 도선 국사 부도탑 이야기도
유의한다. 옥룡면 추산리 303.
2. 구례 산수유마을: 산동면에 있다. 마을 입구에 지리산온천랜드가 있다.
3. 광양 매화마을: 광양 다압면에 있다. 청매실농원을 검색할 것. 주말까지 이어지는 축제 기간엔 길이 굉장히 혼잡하다.
농원 입구 장터는 소음이 심하다. 무시한다. 농원 안으로 갈수록 조용하고 분위기가 좋다. www.maesil.co.kr, (061)772-4066
4. 피아골 미선씨: 지리산피아골식품 브랜드 이름. 각종 장류와 장아찌류, 각종 발효식품. 통신판매도 한다.
김미선씨 부모가 운영하는 민박 겸 식당 천왕봉산장도 있다. www.jiripia.kr,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직전길 9, (061)782-3468,

〈맛집〉

광양 삼대광양불고기집:
은근하게 양념을 한 쇠고기 불고기. 얇게 저민 고기를 한 점씩 석쇠에 구워 먹는다. 맛이 중독성이 있다.
 1인분 국산 2만2000원, 호주산 1만5000원. 광양읍 서천1길 52, (061)762-9250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