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시 모음> 정연복의 '불행이 행복에게' 외
+ 불행이 행복에게
가끔 너에게 딴지 걸어서 미안해
너의 밝은 얼굴 그늘지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사람들은 너만 좋아하고 나를 미워하지만
나도 이 세상에 태어나 내 할 일 하는 거란다
어둠이 있고서야 별이 빛날 수 있듯이
너를 돋보이게 하는 게 나의 진심이고 할 일인 거야
우리 서로 등돌리지 말고 가끔은 사이좋게 지내자
+ 행복의 원칙
"행복의 원칙은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 -임마누엘 칸트
행복이란 사람에 따라 매우 주관적인 것이어서
뭐라고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행복에도 나름대로 원칙이란 게 있나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보람있는 일을 찾아보자
평생을 두고 꾸준히 그 일을 성실하게 해내자.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내자
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만들어 가자.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그 희망에 잇대어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자.
나의 행복을 위해 또 너의 행복을 위해.
+ 사랑하지 않는 건 불행
"사랑받지 못한 건 불운이지만 사랑하지 않는 건 불행이다." - 알베르 까뮈
며칠 전 생일을 맞았습니다
내 나이 벌써 쉰 여덟이 된 것입니다
눈 깜빡할 새 세월이 바람같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부모와 아내, 자식들과 벗들의 따뜻한 사랑을 무던히도 받았습니다
그밖에도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껏 나는 대단한 행운아였던 게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받은 만큼 사랑하지는 못했습니다
받은 사랑이 바다 같다면 베푼 사랑은 시냇물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많이 불행한 사람입니다.
이제 남은 생 얼마쯤인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행운을 바라기보다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더 많은 행운보다 더 많은 행복을 위해.
+ 가난한 날의 행복
신혼 초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어느 날 삼계탕을 먹고 싶다고 했다.
청량리에 있는 '장수원'을 찾아가 삼계탕 한 그릇을 주문했다
내 주머니를 몽땅 털었지만 한 그릇밖에 시킬 수 없었으니까.
사실 나도 그때 조금은 시장기를 느꼈지만
'난 배 안 고파'라고 거짓말하고 아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침이 꼴깍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냥 행복했다
삼계탕 한 그릇에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그리고 몇 달 뒤 아내는 첫아들을 순산했다
체중 3.8킬로그램의 아주 건강한 아가를 낳았다.
벌써 스물 네 해가 지나간 아스라한 옛일이지만
지금도 이따금 추억하는 가난한 날의 행복.
+ 행복하여라 - 결혼 축시
그분이 맺어 주셨을까
오누이같이 다정한 두 사람
드넓은 우주에서 만난 그 예쁜 인연
단풍의 불덩이로 익어 오늘 백년가약을 맺네.
세상살이 희로애락 함께하는 한 쌍의 원앙(鴛鴦)으로
이 지상에서 저 하늘까지
세월의 이랑마다 사랑의 꽃씨 심으며
행복하여라 영원히 행복하여라
+ 행복의 기도
세상에 저를 원치 않는 사람들은 없어요
모두들 제가 인생의 목표라고도 말해요
그만큼 사람들은 제게 관심이 많은 거죠.
그런데 주님!
저의 참모습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어요
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도 저를 오해하기 일쑤라니까요
이럴 때마다 저는 슬프고 가슴이 답답해요.
주님!
돈이나 지위나 명예 학벌이나 좋은 직장 따위
이런 것들로 아무리 채워보아도 저는 결코 생겨나지 않아요
오히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착함과 베풂과 감사와 이해
진실하고 맑고 겸손한 마음 욕심 부리지 않는 소박한 생활
바로 이런 것들이 저를 태어나게 하는 거예요.
오, 주님!
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실은 저를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간단한 비결을 가르쳐 주세요
참모습의 내가 사람들 맘속에 태어나게 해주세요.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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