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이육사! 이육사의 詩 모음

yellowday 2016. 1. 20. 06:41
이육사의 시 모음


            

                                 

 
* 꽃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한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파초 - 이육사

항상 알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
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銀)빛 물결에 뜨나니

파초(芭蕉)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축여주렴

그옛적 『사라센』의 마즈막 날엔
기약(期約)없이 흐터진 두낱 넋이였서라

젊은 여인(女人)들의 잡아 못논 소매끝엔
고흔 손금조차 아즉 꿈을 짜는데

먼 성좌(星座)와 새로운 꽃들을 볼때마다
잊었든 계절(季節)을 몇번 눈우에 그렸느뇨

차라리 천년(千年)뒤 이가을밤 나와함께
비ㅅ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여보자

그리고 새벽하날 어데 무지개 서면
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여지세


*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광인의 태양 - 이육사

분명 라이풀 선(線)을 튕겨서 올라
그냥 화화(火華)처럼 사라서 곱고

오랜 나달 연초(煙硝)에 끄스른
얼굴을 가리면 슬픈 공작선(孔雀扇)

거츠는 해협(海峽)마다 흘긴 눈초리
항상 요충지대(要衝地帶)를 노려가다


* 광야(曠野)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募)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서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天古)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자야곡(子夜曲) - 이육사

수만 호 빛이라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더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 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불꽃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내려 항구에 돌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절여

바람 불고 눈보라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 막힐 마음 속에 어디 강물이 흐르느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노라.

수만 호 빛이라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 호수 - 이육사

내여 달리고 저운 마음이련마는
바람에 씻은 듯이 다시 명상하는 눈동자

때로 백조를 불러 휘날려 보기도 하건만
그만 기슭을 안고 돌아누워 흑흑 느끼는 밤

희미한 별 그림자를 씹어 놓이는 동안
자줏빛 안개 가벼운 명모같이 내려 씌운다.


* 연보(年譜) - 이육사

너는 돌다릿목에서 줘 왔다던
할머니의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진정 강언덕 그 마을에
떨어진 문받이였는지 몰라.

그러기에 열 여덟 새 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사랑이 흘러 간 항구의 밤
눈물 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더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 밟고 걸어간 새벽 길 위에
간(肝) 잎만이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
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

눈 위에 걸어 가면 자욱이 지리라.
때로는 설레이며 바람도 불지.


* 절 정 - 이육사

매서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소년에게 / 이육사


차디찬 아침 이슬
진준가 빛나는 못가
연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아 네가 났다니
맑은 넋에 깃들여
박꽃처럼 자랐어라


큰강 목놓아 흘러
여울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을 새기고

너는 준마 달리며
죽도 저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다녀도
분수 있는 풍경 속에
동상답게 서 봐도 좋다

서풍 뺨을 스치고
하늘 한가 구름 뜨는 곳
희고 푸른 즈음을 노래하며

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들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이육사(李陸史, 1904 ~ 1944)


시인 · 독립운동가. 경북 안동 출생. 본명은 원록(源綠). 육사라는 이름은 형무소 수인 번호 264에서 따온 것이다.

1933년 ‘황혼’으로 등단하여 1937년 “자오선” 동인으로 잠시 활약했다.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이 풍부한 시풍으로 일제 강점기 민족의

비극과 저항 의지를 노래하였다. 대표작으로 ‘절정’, ‘광야’, ‘꽃’, ‘청포도’ 등이 있으며, 유고 시집으로 “육사 시집”(1946)이 있다.


작품

 

교목(喬木)
이 시는 가혹한 시대를 견디어 내는 굳은 의지를 ‘교목’이라는 상징적 사물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교목’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일제 강점기의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꿋꿋한 기상과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비록 세월에 불타듯이 고통과 시련을 겪었지만 우뚝 남아 서 있는 교목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올곧은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차라리 봄도 꽃 피진 말아라’ 라는 표현을 통해 생명이 끝나는 한이 있더라도 의지만은 꺾이지 않겠다는 단호함을 드러내고 있다.
2연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삶이 외롭고 어렵더라도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진정 뉘우침이 필요 없는 삶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는 화자의 현재의 모습이 투영된 구절로, ‘낡은 거미집’을 휘두르고 있는 ‘교목’은 어떤 안락함이나 세속적 영예 등을 버리고 가혹한 시대에 맞서 싸우는 화자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3연에서는 의연한 결의, 가장 강인한 정신의 높이에 도달한 화자의 의지를 보여 준다. 여기서 ‘바람’은 굳고 곧은 나무를 흔들고 굽히려는 외부적 힘으로, 화자의 의지를 꺾으려는 어떤 유혹이나 시련을 가리킨다. 화자는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하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호수 속 깊이 거꾸러’지듯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올곧은 신념만은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이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천재(김윤식)


절정(絶頂)
이 시는 시인이 시대 상황과 맞서 싸우면서 치열한 갈등을 통해 도달한, 비극을 초월하려는 정신적 경지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는 크게 시적 상황을 보여 주는 1, 2연과 화자의 의식 세계를 보여 주는 3, 4연으로 나눌 수 있다.
1, 2연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냉혹한 시대에 화자가 처한 현실적 한계 상황을 보여 주고 있는데, 불과 4행의 짧은 호흡에서 ‘북방 → 고원 → 서릿발 칼날진 그 위’의 극한 상황을 점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를 이 ‘절정’의 극한적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은 ‘매운 계절의 채찍’인데, 이때 ‘매운 계절’은 ‘겨울’을 가리키며, 가혹한 추위가 지배하는 시간인 일제 강점기의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을 암시한다.
3연에서는 1, 2연에서 제시된 외적 상황에서 화자 내면의 심리적 상황으로 옮겨 간다. 화자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 비켜서거나 물러서는 일이 불가능하며, 또 ‘무릎을 꿇어’ 그 어떤 외부적 힘에 기대어 괴로움을 덜 수도 없는 삶의 긴장된 국면임을 인식하고,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견뎌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와 같은 관조의 순간, 화자는 ‘겨울’을 싸늘하고 비정하면서도 황홀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 연은 극한 상황에서 참된 삶을 추구하는 의지와 희망을 회복하는 화자의 현실 인식을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천재(정재찬), 두산, 비상(한철우), 신사고/(독문) 미래엔


광야
이 시는 ‘광야’라는 광활한 공간과 현실 초월적인 시간 인식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의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는 미래 지향적인 신념을 드러낸 저항시이다. 시인은 광야에서 태초를 포함한 역사를 생각하고, 현재가 민족적 비극의 시기이지만 반드시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자신을 희생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과거 - 현재 - 미래’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다양한 시적 상징과 힘차고 강렬한 남성적 어조를 사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3연은 바로 천지 창조부터 우리 민족의 역사를 태동시키고 꽃피운 그 터전으로서 광야의 웅대한 모습과 힘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것이 조국 광복에 대한 의지라는 주제 의식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4연에서는 광야에 ‘눈’이 내리고 있는 상황을 통해 화자가 현실을 암담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아득한 ‘매화 향기’에 의지하여 내면적 저항 의지의 표상인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5연에서는 이 노래의 씨가 훗날에 나타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에게 계승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과거가 현재의 뿌리이며 현재가 미래의 토대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리고 4, 5연의 문장이 모두 명령형의 서술로 쓰인 것은 화자 자신의 강렬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비상(우한용), 상문/(국어) 천재(박영목), 신사고


청포도
이 작품은 청포도를 통해 풍요롭고 평화로운 미래 세계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청포도’라는 사물 속에는 화자의 꿈과 소망이 담겨 있으며, 선명한 색채감도 드러나 있다. ‘이 마을 전설’은 잊혀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에 찾아올 청포도와 같은 세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화자는 청포도를 푸른 바다와 연결 지으면서 미래의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가 바라는 손님은 그가 기다리는 대상으로, 미래 세계를 상징하는 소재이다. 역사적으로는 광복을, 일반적으로는 평화로운 세계를 상징한다. 희망한 평화의 세계가 찾아온다면 화자는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을 만큼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작품은 꽃을 소재로 하여 새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과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극한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가 찾아올 것을 확신하는, 화자의 강인한 현실 극복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먼저 꽃이 피어날 수 없는 극한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비 한 방울 내리잖는', '북쪽 툰드라의 찬 새벽'은 어떤 생명도 태어날 수 없는 극한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화자는 겨울이 지나면 봄이 찾아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처럼, 이러한 극한적인 상황이 극복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저버리지 못할 약속'을 화자는 굳게 믿으며 꽃이 피어날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기에 3연에 표현된 것처럼, 많은 꽃들이 피어나 향기를 내뿜는 미래의 모습을 불러 보기도 하는 것이다.


소년에게
이 시는 이육사의 자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시로, 당시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의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곧은 정신과 의지로 그를 극복해 나가는 이육사의 성품이 잘 드러나 있다.
1연에서는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표현하고, 2연에서는 그와 같은 배경에서 태어난 소년의 순수함에 대해 예찬하고 있다. 3연에서는 어두운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표현하였고, 4, 5연에서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죽도의 곧은 기운을 간직한 소년의 성품을 찬양하고 동상과 같이 역사의 주체로서 당당히 설 것을 당부하였다. 6연에는 시의 화자가 바라는 시공간의 모습이 나타나며, 마지막 7연에는 시대 현실과 함께 그를 극복하기 위해 소년이 취해야 할 행동의 성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육사는 소년 시절 고향의 낙동강 가에서 위인전을 읽으며 세상의 흐름에 대해 고민했다고 하는데, 이 시에는 그러한 시인의 유년기가 잘 드러나 있어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다음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