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답장 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함께한 시간 기억하기에

yellowday 2015. 12. 13. 17:16

입력 : 2015.12.12 03:00

D에게 보낸 편지―파리

타는 듯한 노을에 붉게 물든 프랑스 파리의 센 강. 프랑스 사상가 앙드레 고르(1923~2007)가 쓴 ‘D에게 보낸 편지’는 30년 가까이 불치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나려는 아내를 향해 쓰는 마지막 고백이자 연서다. 

타는 듯한 노을에 붉게 물든 프랑스 파리의 센 강. 프랑스 사상가 앙드레 고르(1923~2007)가 쓴 ‘D에게 보낸 편지’는

30년 가까이 불치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나려는 아내를 향해 쓰는 마지막 고백이자 연서다./픽사베이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매번 미루거나 멈추었던 일기를 다시 쓰곤 했다.

나 같은 부류의 인간은 매번 마음속 소란들을  전부 기록하고 나야 안심을 하는데, 문장으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에 대한

지나친 의심이 자꾸만 글을 쓰게 만드는 셈이었다.

일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누군가를 향한 서간문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이때 일기는 곧 들켜버린 마음의 형식이 된다.

내가 쓴 일기가 편지가 되는 순간, 나는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어렵게 인정하곤 했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실은 나 아닌 '당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글 속의 수렴되는 그 모든 문장과 쉼표들이 나의 연약함과

당신이라는 세계의 놀라움에 대한 것임을, 또한 그 모든 것이 사랑에 연루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일 말이다. 그것은 신비롭지만 언제나 두려운 일이었다.

 

탐사 취재의 대가이자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공동 창간자이자 프랑스 68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가.

사르트르가 말한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인 앙드레 고르(1923~2007)가 쓴 'D에게 보낸 편지'를 읽었다.

책을 처음 읽은 5년 전, 5년이 지난 올겨울, 나는 이 책을 두 번 모두 지하철에서 서서 읽었다.

그만큼 얇은 책이었고 내 몸처럼 익숙했다. 이렇게 말하는 게 가능하다면,

읽는 순간 언젠가 나 역시 이런 책을 쓰게 되리란 예감에 사로잡히는 책이 있다.

내겐 정확히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가 그런 책이었다.  조닷  이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