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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도 쌀 최대 풍작… 예산 2兆 들어갈 판

yellowday 2015. 11. 14. 08:26

입력 : 2015.11.14 01:12

[쌀 소비 매년 줄어드는데 반갑지 않은 '풍년의 역설']

정치권, 과잉 생산 수수방관
농민표 고려 피해보전 명목… 직불금 인상 등 선심 남발
재고 136만t, 적정량의 2배

가뭄에도 불구하고 올해 쌀농사가 역사상 최고 대풍(大豊)을 기록했다. 하지만 쌀 소비량은 매년 줄고, 쌀 관리 및 농가 소득

보전 비용이 연간 2조원이 넘어 반길 수만은 없는 풍년이다. 통계청은 13일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밝혔다. 10a(아르·1000㎡)당 생산량은 지난해(520㎏)보다 4.2% 증가한 542㎏이다. 평년(직전 5개년 중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한 평균값) 단위 면적당 생산량 (496㎏)에 비하면 9.3% 늘어난 수치다. 통계청은 "태풍이나 병충해가 없었고,

낱알이 익어가는 8~9월의 일조량이 풍부해 작황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벼가 익을때는 강수량보다 일조량이 작황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지난 9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농민회가 쌀값 보장과 정부 수매 확대를 요구하며 나락 야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농민회가 쌀값 보장과 정부 수매 확대를 요구하며 나락 야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그 결과 올해 벼 재배 면적은 지난해보다 2% 감소해 역대 처음으로 80만ha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전체

쌀 생산량(432만7000t)은 오히려 지난해(424만1000t)보다 2% 증가했다.

◇쌀 관련 재정지출 연 2조원

올해 쌀 풍년은 2조원짜리 '청구서'를 내밀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쌀 재고분 보관료와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쌀 직불금을 더하면 풍년으로 인해 2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정부 창고에 쌓여 있는 쌀 재고량은 UN식량농업기구(FAO)가 권고한 적정 비축량(72만t)의 두 배 가까운

136만t이다. 2000만여명이 한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보관 비용만 연간 4300억원 든다.

 

1인당 쌀 소비량 그래프

쌀 재고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매년 쌀 소비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지난 10년간

한국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7.4% 줄었다. 반면 생산량 감소 폭(7.5%)은 그 절반도 안 된다.

올해 쌀값 하락으로 2015년 작황에 대해 농가에 지급해야 하는 직불금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쌀 직불금은 토지 면적에 따라 지급하는 고정직불금과 산지 쌀값이 목표 가격에 미치지 못할 때 주는 변동직불금이 있다. 변동직불금은 목표 가격(80㎏당 18만8000원)에서 평균 산지 가격을 뺀 금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1ha당 1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수확기 쌀값이 1000원 떨어질 때마다 변동직불금 지급액은 391억원 늘어나는 구조다. 농식품부는 올해 산지 쌀값을 80㎏당 15만8600원으로 전망하고, 내년에 지급할 변동직불금으로 4193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통계청은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을 정부 예상치보다 7000원 가까이 낮은 15만1644원으로 집계했다. 그렇게 되면 농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변동직불금이 6000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쌀 과잉 정치권·정부·농민 합작품

이처럼 쌀이 남아도는 이유는 정치권·정부·농민이 개혁을 계속 미뤄온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농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2005년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쌀직불금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소비가 줄어드는 만큼 쌀 생산을 줄이고, 타 작목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데는 실패했다.

실제 2013년 당시 정부는 시행령에 정해진 대로 80㎏당 목표 가격을 17만4083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농민표를 고려해 18만8000원으로 정했다. 또 고정직불금도 1ha당 90만원에서 올해는 100만원으로 높였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고령화된 농민들이 힘든 밭농사 대신 논농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착시켜 놓았다"고 말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