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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곡에 상복 시위까지… 부산시청도 '광장 공포증'

yellowday 2015. 11. 6. 08:41

입력 : 2015.11.06 03:04

[집회 10년새 280% 폭증… 상설시위장된 공공장소]

출-퇴근·점심시간 맞춰 운동가·대중가요 크게 틀고
'해골 두쪽나도 지킨다' 현수막도

- "노이로제 걸릴 지경"
수많은 시민 오가는 통로 "집회 자유도 좋지만…"

"우리 힘으로 갈아엎자", "투쟁 속에 피어나는 꽃, 해방의 깃발이여…."

5일 오전 11시 30분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후문 앞 도로. 상복(喪服)을 입은 사람이 스피커와 마이크를 들고 섰다. 스피커로

'운동가'가 흘러나왔다. 시위대 5명은 '근조(謹弔), 부산시정 뭐하나', '시민은 죽이고 재벌만 살찌우는…' 등의 문구가 적힌

패널을 들고 있었다. 낮 12시쯤 점심을 먹으러 공무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운동가'의 볼륨이 높아졌다.

5일 오후 부산시청 정문 광장 가로수 사이에 시위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올해 부산시청 주변에서만 799건의 시위·집회가 열렸다. 

 

5일 오후 부산시청 정문 광장 가로수 사이에 시위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올해 부산시청 주변에서만

799건의 시위·집회가 열렸다. /김종호 기자

 

"애고, 또 시작이네." "뭐한다꼬 저라노?"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수군댔다. 회사원 이모(35)씨는 "시끄러운 노랫소리 때문에 가슴이

턱턱 막힐 때가 많다"며 "집회 자유도 좋은데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막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까지 주는 건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다.

부산시청 주변이 시위대 소음에 '점령' 당한 지 오래다. 부산시청 정문 현관 광장 앞 도로와 후문 현관 앞 도로는 막걸리 제조회사 노조,

택시노조, 공공운수, 버스노조, 금속회사 노조가 진을 치고 시위와 농성을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30건이었던

부산시청 주변 시위·집회 건수는 2014년 159건, 올해 현재 799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 추세다.

부산시청 주변 집회 건수 그래프
시위대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거의 매일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등 하루 4차례 선전전·문화제 등을 하며 운동가나 대중가요를 크게

틀어댄다. 후문 시위대는 30m, 정문 시위대는 50m가량 시청 건물과 떨어져 있다.

후문에는 상복(喪服)을 입은 시위대 1~3명이 매일 출퇴근, 점심시간에 등장한다. 정문과 후문에선 얼마 전까지 시위대가

"어~허~이제 가면 언제 오나…" 하는 장송곡을 툭하면 틀어댔다.

부산시청은 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과 연결돼 수많은 시민이 오가는 통로이고, 주변에 아파트·단독주택·원룸·오피스텔도 적지 않다.

시청과 잇닿은 부산경찰청·부산시의회 직원만도 3000여명에 이른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 공해 수준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일 유모차를 끌고 부산시청 후정 공원에 산보 나온 주부 김모(34)씨는 "시끄럽게 울리는 노랫소리에 아이가 놀라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상복까지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불쾌하고 뭔가 꺼림칙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공무원 오모(50)씨는

 "'해골 두 쪽 나도 지킨다' '재벌세상 끝장내자' '국민이 나서 갈아엎자' 등 듣기만 해도 살벌한 내용의 노래를 매일 틀어대니

창문을 열기 겁나고, 종종 집에 가서도 귓가에 그 노랫소리가 웽웽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경찰은 시위 소음과 숨바꼭질을 벌이느라 진땀을 뺀다. 경찰은 시청 집회 현장에 소음관리팀·소음관리 차량을 배치해놓고 있다.

집회 소음이 기준치(주간 75㏈, 야간 65㏈)를 넘을 경우 중지명령, 확성기 일시 보관 등 조치한다. 그러나 형사처벌 사례는 없 다.

시위대 확성기를 잠시 압류하는 조치만 34번 했을 뿐이다.

시청 정문 광장 앞 도로 70~80m는 시위대의 플래카드, 패널 등으로 도배돼 있다. 출·퇴근 때 이 길을 지나는 김모(57)씨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도로에 이렇게 덕지덕지 정치 구호성 플래카드 등을 붙여도 되는가 모르겠다"며 "상쾌하고 가벼워야 할 출·퇴근길 기분을 망치게 한다"고 말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