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전시회를 열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개최하게 됐어요.
이왕 울릉도 야생화사진전을 열게 됐으니 제일 좋은 작품들만 엄선해서 보여줄 겁니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야생화를 오로지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일념으로 렌즈에 담은 것이 오늘을 있게 했습니다.”
한국 야생화 1세대 사진작가 문순화(83)옹이 신구대학식물원에서 9월3일부터 11월30일까지 울릉도 야생화사진전을 개최한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만 11년 동안 18차례나 방문해서 담은 야생화를 엄선해서 보여준다.
문 작가가 울릉도를 방문한 건 1995년 9월25일 한국 식물분류학의 대가인 고 이영노 박사와 함께였다.
문 작가는 전국을 누비며 야생화를 찍는 사진작가이고, 이 박사는 문 작가가 찍은 야생화의 이름을 가르쳐주고
처음 본 야생화의 이름을 붙여준 식물학자였다. 두 사람은 짝이 잘 맞았다. 언제나 문 작가는 야생화를 찍으면 제일 먼저
이 박사에게 보여줬다. 보기는 제일 먼저 봤지만 야생화 학명에 이 박사 이름이 붙은 야생화는 한두 개체가 아니다.
문 작가에게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야생화를 찍고, 이 박사가 가르쳐주는 이름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문 작가는 이 박사와 울릉도를 처음 방문하면서 속으로 ‘울릉도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을 빠짐없이 내 렌즈에 담으리라’라고
각오했다. 첫 방문 이후 문 작가는 1996년부터 본격 혼자서 울릉도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덜 붐비는 일요일 저녁
배를 타고 들어가 다음 주 금요일 저녁에 나오는 일정을 강행했다. 한 번 들어가면 항상 5박6일이었다.
아예 나리분지에 민박주인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처음부터 야생화를 따라 기록하면서 울릉도 곳곳을 누볐다. 길을 잃어버린 적도 두 번이나 된다. 정신없이 야생화를 렌즈에
담다보니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깜빡했을 때였다. 그 때는 무조건 계곡 밑으로 내려왔다. 제일 힘든 것은 여름 때
땀과 모기와 싸움을 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지형지물이 익숙하지 않아 바다 낭떠러지 절벽에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 촬영은
포기해야만 할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
수많은 야생화를 담았다. 찍으면서 제주도와 울릉도가 같은 화산섬이면서도 식물군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이영노 박사에 따르면 울릉도 식물군이 약 400~500여종 된다고 했다. 멸종위기식물Ⅰ급인 섬개야광나무, 섬시호, 섬현삼,
멸종위기식물Ⅱ종인 큰바늘꽃 등도 혼자만 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울릉도에 자생하는 고유종이
약 28종 된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 상당수 찍는 보람도 가졌다. 민박이 있던 나리분지에는 울릉국화, 섬백리향, 주름제비란,
섬말나리, 섬나리딸기, 섬사철란, 푸른나나벌란, 사철란, 김의난초, 꼬만은란, 헐떡이풀, 큰두루미꽃, 큰연령초, 개종용,
초종용, 보춘화 등 많은 야생활를 보는 호사를 누렸다.
그냥 야생활를 찍고 기록하는 데만 정신을 집중했지, 전시회를 연다는 생각은 애초 없었다. 하지만 집 근처 신구대학식물원에
식물 구경하러 가끔 가다가 그날 은 우연히 학장과 인사를 하게 됐다. 학장은 “문 작가의 야생화 사진을 이곳에서 전시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제안한 게 울릉도 사진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작품은 그동안 보관해왔던 80점을 선보인다. “여태 쉽게 볼 수 없었던 야생화 사진을 전부 내놓았어요.
송곳산 주변엔 바위수국이 많이 자생하고, 학포․사자바위 주변엔 향나무가 군락지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울릉도엔 특히 ‘섬’자가 들어간 야생화가 많아요. 이번에 오시면 전부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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