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3 03:00
[2015 만해대상] [평화賞] 알렉시스 더든 교수
시상식 전, 아들 줄리안과 함께 '만해 精神의 고향' 백담사 찾아
"정의롭고 순수한 그의 노래는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뜻 통해"
"와우."
12일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 사찰로 향하는 1차선 도로에서 조금은 일찍 물든 단풍(丹楓)을 발견한 미국 코네티컷주의 초등학생 줄리안(11)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줄리안은 올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 왜곡에 항의하는 세계 역사학자들의 성명 운동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Dudden·46) 미 코네티컷대 교수의 아들이다. 2015 만해평화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더든 교수는 이날 시상식에 앞서서 만해 한용운의 정신이 어려 있는 백담사를 아들과 함께 찾았다.
백담사에 도착한 줄리안은 사찰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風磬) 소리가 신기한지 연신 어루만졌다. 극락보전(極樂寶殿)과 나한전(羅漢殿)의 불상들을 둘러보면서도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만해 한용운은 1905년 백담사로 출가했다. 1910년에는 이 절에서 '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해서 불교 개혁을 주창했다. 더든 교수는 백담사 만해기념관에서 아들 줄리안에게 "20세기 초 한국에선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많은 독립운동가가 일제 침략에 맞서 저항했다. 시인이자 승려,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은 지금도 '한국의 간디'로 불리며 한국인들에게 존경받는단다"고 설명했다.
줄리안은 어머니를 따라서 네 살 때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訪韓)이 네 번째다. 2년 전에는 독도에서 동해의 일출(日出)을 보았다. "무릎 높이까지 올라오는 가파른 계단을 밟고 정상까지 올라가 해 뜨는 광경을 봤어요." 줄리안은 "아시아의 문화는 평화롭고 깊이가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더든은 미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시카고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미국의 대표적 동북아 전문가. 특히 한·일(韓·日) 관계에 정통해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연구가 전공 분야다. 더든 교수는 1989년 처음 방한해서 부산·경주·서울 등을 여행했고, 1994년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 재학 시절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영어로 번역된 한용운의 시(詩)를 처음 만났다. 처음엔 영역본으로 읽었고, 다음엔 한글판으로 다시 읽었다. 지금도 강의 시간에 한용운의 시를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그렇지만 그에게도 백담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든은 "만해의 시에서는 투명한 내면의 목소리와 자비심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일본 식민 통치가 당시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였고, 한국인들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 수 있는 최적의 교재"라고 말했다.
더든은 아들 줄리안과 백담사를 둘러본 뒤 이날 오후 시상식장인 인제 하늘내린센터에 도착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발표할 순서가 되자 미리 영어로 써온 원고를 외워서 말했다. 그는 "만해의 시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이는 마치 물 한 모금을 들이킨 순간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일과도 같다. 이미 그의 언어들은 우리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더든은 "만해의 언어처럼 정의롭고 순수한 그의 노래 역시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뜻이 통한다"면서 "20세기에 가장 평화로운 인간 가운데 하나였던 만해를 기리는 이 상을 겸허하게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장에서 박수가 쏟아지자 객석 앞줄에서 카메라로 엄마의 모습을 부지런하게 촬영하던 줄리안도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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