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권신아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소월(1902~1934)을 생각하면 노랫가락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의 시가 노래처럼 가락을 타고, 실제로 그가 노랫가락을
즐겨 듣고 그 노랫가락을 시로 썼고, 무엇보다 그의 시가 많은 노래로 불렸기 때문일 것이다. 동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마야 누나야〉)에서 시작해 정미조의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개여울〉), 홍민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부모〉), 장은숙의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못잊어〉), 건아들의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활주로의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마야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진달래꽃〉)에 이르기까지. 가히 '국민시인'이라 칭할 만하다.
그런 소월을 생각하면 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가 〈진달래꽃〉이다. 소월은 외가인 평북 구성에서 태어나 그 가까운 정주에서
자랐으며 그 가까운 곽산에서 31세의 나이에 아편 과다복용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정주 가까운 영변에는 약산이 있고,
약산은 진달래꽃으로 유명하다. 그가 보았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약산의 진달래꽃이었을 것이다.
그는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꽃'으로 보통명사화시키고 있다.
'가실 때에는'이라는 미래가정형에 주목해볼 때, 이 시는 사랑의 절정에서 이별을 염려하는 시로 읽힌다. 사랑이 깊을 때
사랑의 끝인 이별을 생각해보는 건 인지상정의 일. 백이면 백, 헤어질 때 '말없이 고이' 보내주겠다고 한다. 죽어도 눈물만은
보이지 않겠다고 한다. 아무튼 그땐 그렇다! 그 사랑을 아름답게 기억해달라는 소망이야말로 이별의 로망인 바, 떠나는 길에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뿌리려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아름'은 두 팔로 안았던 사랑의 충만함을 환기시켜 주는
감각적 시어다.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떠나는 건 아무래도 여자에게 더 어울린다. '말없이 보내드리우리다'나 '죽어도
아니 눈물을 보이겠다'는 결기야말로 남자다운 이별의 태도일 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실 그때, 눈물을 참기란 죽는 일만큼이나 힘겨운 일이지만 그래도 당신을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겠고,
당신이 '사뿐히 즈려 밟고' 떠날 수 있도록 눈물만은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 이 시의 전모다. 얼마나 애틋한 사랑시인가.
이 사랑시는 영혼을 다해 죽음 너머를 향해 부르는 절절한 이별시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초혼·招魂〉)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리라. 이렇게 노래하는 시인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평: 정끝별 시인
* 소월 시 '진달래꽃'은 여태껏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을 노래한 시라고 여겨왔었다.
그런데 오늘 한국을 사랑하는 어느 외국 여학생이
북한을 떠나보낸 여인으로 남한을 떠나 보내는 남자로 표현을 하였다.
본래는 하나였지만 남과 북으로 갈라진 조국을 노래한 시라고 평을 했다.
참으로 놀라웠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시평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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