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2 08:00
"송윤아인줄 알고 시작했는데 옥택연이었어."
어셈블리를 보고 난 뒤 어느 의원 보좌진이 했던 신세한탄이다. KBS 드라마 '어셈블리'에 등장하는 최인경(송윤아 분) 보좌관은 의원급 보좌관으로 불리며 상임위원회 준비, 당 및 언론 대응을 포함해 진성필(정재영 분) 의원실의 업무를 총괄 지휘한다. 진 의원도 최 보좌관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며 거의 모든 문제를 상의한다.
보좌진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모습을 상상하며 국회에 입성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처음 맡게 되는 일은 김규환(옥택연 분) 인턴처럼 가방을 들고 의원을 수행하며 의원 활동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다.
의원 수행 외에 의원 보좌진의 업무는 크게 상임위원회 질의서 및 법안 초안 작성, 지역구 조직 관리 등으로 나뉜다. 여의도(상임위 또는 당내외 업무, 언론 대응 등) 일과 지역구의 일로 나눠 맡는 경우도 있지만 총선 직전에는 전원이 지역구로 투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셈블리에서 국민당의 홍찬미 의원이 보좌진들을 불러놓고 "법안 발의 실적이 좋지 않으니 한 달 내로 실적을 올려놓으라"며 "다음 달부터는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가 지역구를 다지게 하겠다"고 윽박지르는 장면을 상상하면 쉽다.
- ▲ KBS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홍찬미(김서형 분) 의원이 보좌진들에게 윽박지르고 있다. / KBS드라마 '어셈블리' 캡쳐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고 규정돼 있다. 각각의 국회의원들은 4급 보좌관 2명 외에도 5급 비서관 2명, 3명의 비서(6, 7, 9급 각 1명씩)를 둘 수 있기 때문에 국회에는 최대 2100명의 보좌직원이 있는 셈이다.
이들 보좌직원들은 별정직 국가공무원으로 '영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자신의 의원에게 전적으로 인사권이 달려있는 '파리목숨'이다. 그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보좌진의 길에 들어선다. 여당 의원은 물론이고 야당 의원들의 의원실에도 변호사, 회계사 자격증이나 석사 학위를 갖고도 비서직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몇 년 전부터 의원 보좌진을 길러내는 학교들도 생겨나 수강생들을 국회의원회관 곳곳으로 내보내고 있다.
-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국회의원 회관 내 의원실 전경.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여야의 전현직 당 대표들은 당대표실보다 개인사무실격인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자주 업무를 본다. 의원회관의 의원실이 국회의사당 본청에 있는 당대표실보다 언론 노출이 덜하기 때문이다. / 사진=박정엽 기자
국회에는 성공한 의원 '영감'을 따라 보좌진도 성공한 신화들이 많다. 가까이 박근혜 대통령만 해도 의원 시절을 보좌진으로 함께 했던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세 사람을 청와대 비서실로 불러 함께 일하고 있다. 또 대통령까지는 아니라도 장관 자리를 맡거나 광역단체장, 공공기관장으로 성공한 '영감'들은 자신의 보좌진이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의 길을 가도록 후원하거나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십수년간 특정 상임위만 전담하면서 전문성을 단련해 정책 전문가의 길을 가는 보좌진도 있다. 이런 길을 택한 이들은 행정부나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 못지 않은 전문성을 갖고 있어 상임위에서 성과를 내고 싶은 의원들이 서로 모셔가기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같은 직급의 행정부 공무원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점도 국회 보좌진의 매력이다. 대략 4급 보좌관은 7000만원, 5급 비서관은 6000만원, 9급 비서 3000만원 대의 연봉을 받는다. 이밖에 공무원연금, 건강보험과 고용보험등의 혜택을 받고 국회어린이집 등 국회내 시설 이용에 대한 우선권도 갖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당직자는 '공(公)노비', 의원실 보좌진은 '사(私)노비'"라는 말도 있다. 의원실 보좌진들은 의원 개인의 동선과 시간표에 전적으로 종속된다는 뜻이다. 의원이 언제든 그만두라면 그만둬야 하는 "파리 목숨"이기도 하다.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서동재(서현철 분) 보좌관은 19년 동안 '무사안일'을 신조로 생계형 정치를 해왔지만 주인공 진 의원이 좌충우돌해 마음 고생을 겪는다. 서 보좌관이 당선 후 첫 본회의를 앞두고 사라져버린 자신의 의원을 기다리며 "1년만 잘 버티면 공무원 연금 타는데, 말년에 꼬이네"라고 한탄하기도 한다. (20년동안 보좌진으로 재직해야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윗사람 눈치보고 노후 걱정하는 서 보좌관의 모습은 현실 속 직장인의 애환과 비슷하다. w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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