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영 대학교수, 한국화가
2015.07.23 19:34:07
‘한국의 100대 상징’ 중 나무로는 유일하게 소나무가 꼽혔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부동의 1위도 ‘소나무’다. 소나무는
흔히 그 절개와 의지, 장수의 상징으로 묘사되며, 한국인의 삶으로 수천 년을 대변해 왔다. 또한 그림과 사진의 주요 소재로도 삼아졌다.
화가 백범영(55·용인대 회화학과) 교수는 화단의 중견작가다. 산수로 입문한 백 교수는 좀 더 사실적으로, 좀 더
야성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소재를 소나무로 바꿨다.
“그림은 인물과 산수화로 나뉩니다. 풍경은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공간을 그려넣어야 제대로 된 그림입니다.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인물도 보이는 대로가 아닌 표정과 정신을 넣어야 합니다. 흔히 혼(魂)이라고 하기도 하고, 미학(美學)이라고도 말합니다. 비가시적인 미술기법들이 훨씬 어렵습니다. 우리 민족의 상징인 소나무에 혼과 미학을 불어넣기 위해 산수화에서 소나무로 바꿨습니다. 한 10여년 정진하면 어느 정도 보이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그 과정입니다.”
그가 학교와 작업실만 오가며 정성들여 그린 소나무 그림 15점을 모아 소나무전시회 ‘松韻(송운)’을 인사동 ‘백송갤러리’에서
7월22~28일까지 7일간 연다. 중국에서 개최한 첫 소나무 개인전에 워낙 반응이 좋아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와 다시 여는 것이다.
전시회 제목 송운은 소나무의 운율이지만 흔히 솔바람을 말한다. 단순한 솔바람이 아니라 솔숲 사이로 파도소리처럼 쏴아하고 바람을 일으키는 듯한 그윽한 운치를 가리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담고 싶고, 소나무의 조형미와 형상미를 나타내고 싶어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
한국에서 소나무전시회는 이번이 두 번째. 지난 2013년 갤러리한옥 초대전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이래 올해 중국에 이어 이번에 여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가 개인전은 10번째, 단체전은 150여회 가량 된다. 웬만한 이름 있는 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그만큼 실력도 인정받는 중견화가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소나무를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내기 위해 먹도 강하고 새카맣게 그려 완성도를 높였다고 자부한다. 사실 그는 많은 소나무 그림을 봐왔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지 못했다. 항상 뭔가 빠져 보였다. 그의 표현대로 ‘완성도와 밀도’가 낮았다. 소나무의 정신세계, 즉 혼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소나무에 혼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 그의 그림의 주요 화두다.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리기 위해 부단한 시도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소나무를 그릴수록 어렵다. 혼을 불어넣기 정말 쉽지 않다.
“그림은 비주얼 자체가 정신세계입니다. 딱 봤을 때 살아 꿈틀거리는 느낌을 줘야 성공적이고 완성도와 밀도가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을 매혹시킬 만한 조형적 요소를 불어넣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꾸준히 더 열심히 정진하면 답이 나오겠죠.”
그 스스로 그의 그림에 대한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 100점 만점에 20점 밖에 안 준다.
“예술에서 아무리 잘 해도 만점은 50점입니다. 100점 주면 그 다음에 할 게 없습니다. 여지가 항상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이 아닙니다. 저에게 20점을 줘야 앞으로 더 분투하고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중견화가지만 앞으로 완성도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은 계속된다. 특히 한국인의 상징인 소나무에 혼을 불어넣을 수 있을 때까지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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