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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醜聞' 가장 큰 피해자는 독자

yellowday 2015. 7. 28. 08:09

입력 : 2015.07.28 03:00

진실攻防은 法的 문제지만 대표 출판사의 추락은 참담

어수웅 문화부 기자
어수웅 문화부 기자
박은주(58) 전 김영사 사장의 김강유(68) 현 회장 배임·횡령 혐의 고소와 김 회장의 반박으로 이어지고 있는 '김영사 미스터리 사건'에 대한 독자와 저자들의 당혹과 충격이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의 진실 공방이야 법정에서 다툴 일이지만, 그동안 김영사에서 책을 펴내고 또 그 책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키웠던 저자와 독자들이 실망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많은 독자들 지갑이 저런 해괴한 사건들에 소모됐다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가 "김영사의 책을 읽어온 독자들"이라는 지적이 일리 있는 이유다.

문학평론가인 유종호 대한민국 예술원장은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자 굴지의 출판사가 추락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의 토로였다.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15권 등 김영사에서 23년 동안 책을 내온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아침에 신문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김영사 내부에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탄식했다.

김영사에서 책을 펴낸 많은 저자는 아예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다. 한 소설가는 "문학과 출판이 신문 문화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등장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며 심란해했다.

출판계 반응도 마찬가지다. 은행나무 주연선 대표는 "소문은 많았지만, 20년 동안 법당에서 출퇴근하고 돈을 바쳤다는 이야기는 처음 알았다"면서 "김영사라는 한국 대표 출판사의 마지막을 보는 것 같다.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는 "양쪽 다 그 지경일 줄 몰랐다"면서 "박은주 사장을 그렇게 크게 키워놓고 김강유 회장이 마지막에 너무 모욕감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박은주 전 회장의 후임으로 500여개 소속사의 한국출판인회의를 이끌고 있는 윤철호 회장은 "무엇보다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독자들에게 미안하다"면서 "곧 이 사태에 대한 소속 출판사들의 의견을 모아 어떻게 입장을 밝힐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사는 27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박은주 전 사장은 불의한 방법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쳐 2014년 3월부터 감사를 받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강유 회장은 이 자료에서 "박은주 전 사장이 고소를 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면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도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음을 떳떳하게 밝힌다"고 주장했다. 또 "제자(박은주)의 허물이 있었지만 이를 감싸기 위해 긴 시간 기다려왔다"면서 "고소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김영사의 책들은 아직도 우리나라 문화계의 소중한 지적 자산이다. 독자들의 실망이 더 커지기 전에 지적 이미지 쇄신이 시급한 시점이다.  w조닷

 

 

 

김영사 前사장, 現대표 ‘350억 횡령’ 고소

 

박은주(58) 전 김영사 사장이 김강유(68·김정섭에서 개명) 현 김영사 대표이사 회장을 총 350억원 규모의 배임과 횡령, 사기 혐의로 지난 23일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김 회장이 2007년부터 공공연히 경영에 개입해 매달 1000만원의 비자금과 운전기사 비용, 카드 대금 등으로 자금을 유용하고 자신의 소유 주식 등 재산을 가로챘다는 주장이다.

박 전 사장은 1989년 김영사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이래 25년간 김영사를 실질적으로 이끌며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회사로 키워 내는 등 출판계를 주도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5월 말 박 전 사장이 전격 사임하고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직에서도 물러나면서 출판계에서는 여러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히 박 전 사장의 사임을 전후로 일부 임직원의 부당 해고와 배임, 횡령 소송 등이 잇따르며 경영권을 둘러싼 김 회장과 박 전 사장 간의 갈등 심화설 등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이 1년 넘게 외부와의 접촉을 끊으면서 이는 의혹으로만 남겨졌다.

박 전 사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강유 측에서 유통 쪽 직원들을 상대로 208억원을 횡령했다고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보고를 받았다고 증언해서 그런 것이라며 항고를 하겠다고 했다”면서 “김영사를 지키기 위해 침묵을 지켰지만 어차피 법정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음해와 혼란을 정리하려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김강유를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어떤 방식으로도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음을 떳떳하게 밝힌다”고 주장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