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두보·왕유… 唐詩와 고품격 중국 여행

yellowday 2015. 7. 12. 03:50

입력 : 2015.07.11 00:41


여행가방 속 한 권의 책… 떠나는 길 설렘은 두 배


	중국, 당시의 나라 책 사진

중국, 당시의 나라

 

타고난 역마살을 어쩌지 못해 여행이라면 밥 먹는 것보다도 좋아하지만 좀처럼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삶이 나를 속인 지 오래다. 어쩌다 얻은 촌음에 효율적인 여행을 하려면 기획 여행을 따라가는 게 좋은데 정해진 일정에 묶이는 것 역시 질색이라 그저 애꿎은 세월만 흘려보내고 있다. 세렝게티나 갈라파고스 같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를 찾아 세계 일주를 하자는 언론사의 제안을 손에 쥔 채 우울한 날들을 견디고 있는 나로서는 당시(唐詩)의 고향들을 찾아 중국 전역을 누빈 저자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당나라 도읍이었던 시안에서 시작해 흔히 천당에 비견되는 미향 항저우에서 끝이 난 저자의 여정은 무려 11년에 걸쳐 중국 전역을 종단·횡단하고도 남는 1만2500㎞ 대장정이었다. '중국, 당시의 나라'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숨에 읽어 내릴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책을 끼고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으로 여행을 떠날 일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천년 역사의 유적과 더불어 이백, 두보, 백거이는 물론, 저자가 가장 좋아한다는 시인 이상은과 중국 시인 중 생태적 감성이 가장 뛰어나 내가 은근히 흠모하는 왕유의 시를 음미할 수 있는 환상적인 고품격 여행이 될 것이다.

저자는 당나라 유적이 아니라서 대충 훑어보고 떠났다지만 나는 북경의 이화원, 소주의 졸정원, 유원과 더불어

중국 4대 정원의 하나인 청나라 피서산장이 꼭 보고 싶어졌다. 왕유가 그곳에서 지었다는

 

"창 너머 운무가 옷 위로 피어오르고/

휘장을 걷으니 산과 샘이 거울 속으로 들어옵니다"

 

라는 시구를 읽으며 그의 다른 시 '죽리관(竹裏館)'이 보여준 정경(情景)의 교융(交融)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 반가웠다.

테마 여행의 백미는 바로 이런 것이리라.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사진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김지호 기자
이번 여름 만일 중국으로 당시 테마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re-orient)'도 함께 챙겨갈 것을 권한다. "방향을 다시 잡다" 혹은 "아시아로 되돌아오다"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리오리엔트'는 인류의 역사가 또다시 궤도 수정을 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1800년 이전까지 세계경제와 문명의 중심은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었다는 단언과 함께 프랑크는 세계 문명의 중국 회귀를 주장한다. 중국이 어느덧 우리나라 최대의 교역 국가가 되면서 중국에 대해 좀 안다는 이들이 섣불리 중국을 규정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은 국토의 면적과 인구의 규모는 물론, 자연 생태와 기후의 다양성, 역사와 문화의 복합성 차원에서 결코 한두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일단 중국의 규모에 기가 죽지만 당시(唐詩)는 그로 인해 나른해진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아예 당나라 지도를 들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장도의 끝에 선 저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중국은 당시의 나라라는 결론을 내린다. 미국에 정착한 초창기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새들이 미국 하늘을 나는 날 미국은 비로소 영국이 될 것이라며 여러 해 동안 영국에서 셰익스피어의 새들을 잡아다 뉴욕자연사박물관 계단에서 날려보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종종 연설이나 사석에서 당시를 암송하며 본인의 의중을 표현한다. 셰익스피어가 영국을 이해하는 분명한 한 축이라면 중국이라는 코끼리를 더듬기 전에 당시에 대한 이해는 필수일 듯싶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