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인생은 '파티', 망설이지 말고 즐겨라
독일 뒤셀도르프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환자의 마지막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애쓴다. 죽어가는 사람을 구급차에 실어 축구 경기장에 데려간 적도 있다. 이 환자는 마지막으로 축구장에 가보고 싶어서 경기 관람권을 사놓았던 것이다. 물론 라인강변에서 마지막으로 해를 보고 싶다든지, 특정 색상의 립스틱을 꼭 사고 싶다든지 같은 일상적 소원이 더 많다. 햄버거나 케밥을 사다 주었으면 하는 환자도 있다.
독일 '슈피겔' 등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심리 치료를 공부하며 정신병원의 노인 병동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체험 관찰기다. 뒤셀도르프 호스피스 병동에서 15년 이상 임종자를 돌본 바르바라 호프만은 저자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살면서 늘 조용하던 사람은 조용히 죽어갑니다. 떠들썩하던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떠들썩합니다"라고.
심지어 호스피스 입원 병동에서 죽기 전날까지 매일 싸우는 부부도 있다. 목청 높여 싸우고서 방을 나와 간병인들에게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는 것이다. 입원 병동의 책임자인 바르바라 브로캄프는 "이제까지 부부가 서로 화내기 쉬운 관계를 맺어 왔다면 인생의 끝에서 변하는 일은 드물고, 또 변한다 해도 우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노인학자인 안드레아스 크루제 하이델베르크대 교수는 60~85세의 남녀 불치병 환자 50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죽음을 앞둔 이들의 심리적 태도가 불안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삶을 원 없이 누렸다'는 확신, 지나간 삶을 긍정하는 힘이 죽음에 대처할 때도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본적인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거나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초조해하면 죽음에 대한 불안감도 높았다. 배우자를 보살피거나 정원을 가꾸는 등 구체적인 삶의 목표나 과제가 있을 경우에는 환자의 회복 양상이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 우리는 이전의 어느 세대보다 오랫동안 노인으로 살게 될 것이다. 인생 후반기를 결정 짓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 중 하나는‘적응’. 적응하는 노년만이 건강하게 페달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스도쿠와 십자말풀이 같은 두뇌 자극, 소식(小食)과 매주 세 번 약 30분씩 꾸준한 피트니스 훈련 외에도 저자는 '이별하며 살기'라는 과제를 제안한다.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해야만 마지막에 가벼운 마음으로 작별을 고할 수 있고 다르게 살 수 있으며 더 집중적으로, 더 즐기면서, 더 의식적으로, 더 여유롭게, 더 자유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덧붙인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유쾌한 퀴즈로 마무리한다. 독일의 노인 문화센터에서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나이트클럽 파티는 젊은 층의 파티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노인들은 입장하자마자 곧바로 춤추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괜히 서성거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허비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이 바로 '파티 타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