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화수분

yellowday 2011. 4. 26. 06:42

원본 원본 : 동그라미

                       화수분

 어릴적 다락방의 곶감단지는 화수분이었다.
이가 안 좋은 할머니의 주전부리 곶감 항아리.
몰래 빼먹는 곶감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곶감이 축 나는 이유를 어른들은 빤히 알았을 터.
"아무래도 인쥐가 있는 것 같다"
곶감은 계속 없어졌고, 항아리는 번번히 다시 채워지곤 했다.
 집 발코니의 복분자 항아리가 화수분이다.
연로한 모친이 아들을 위해 약술로 담근 술단지.
집 술을 좋아하지 않아 한동안 그냥 묵혔는데 언젠가 술맛을
본 뒤로 늦은 밤 홀짝홀짝 따라마시는 버릇이 익었다.
술 잘먹는 남편의 집안 음주에 아내의 푸념은 당연했고,
그런데 술이 줄질 않는다.
분명히 바닥을 비웠는데 단지엔 또 술이 생겨나고 아무래도
'인쥐 아들'을 배려한 모친의 숨은 작업인 듯하다.
 복분자 술잔을 째려보는 아내 시선엔 그냥 '화수분이네.'란 말로만
응수할 뿐이고 오늘도 또 바닥을 비워 술잔을 채웠는데
옆에서 남편 겨울 옷을 정리하던 아내의 표정이 의외로 밝았다.
주머니마다에서 푼돈 건져내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화수분이네."

                                                김성호 논설위원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출장 간 사이 마누라는 바람을 피웠다.
 그런데 출장 갔던 남편이 느닷없이 돌아왔다.
 이에 깜짝 놀란 마누라의 정부는 침대 밑으로 숨고
마누라는 남편이 알아챌까봐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날 밤을 무사히 넘겼다.
 아내는 안심했고 다음 날 아침,
가정부가 들어오자 남편이 말했다.
 " 난 커피를... 당신은?"
 "전 코코아요."
 아내는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남편은 침대 밑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끝까지 들어

 의처증이 심한 남편이 아내만 남겨둔 채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 오면서
자신의 아파트 수위에게 물었다.
 "내가 출장간 사이 누구 찾아온 사람 없었죠? 특히 남자 같은."
 수위 아저씨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없었는데요. 자장면 배달 청년만 이틀 전에 한 번 왔었어요."
 남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유~ . 그러면 안심이군요."
 그러자 수위 아저씨 역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그 쳥년이 아직 안 내려 왔어요."

 힘이 넘쳐서

 A; "나이가 일흔 다섯인데 저렇게 멋진 모델들을 보면 스무살만 더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
 B;"스무살만 더 젊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잘못하신 것 아닌가요?"
 A;"아냐 스무살 더 먹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여자들을 봐도 흥미가 없어질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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