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회사 건물을 둘러선 라일락이 일품이다. 호위하듯 선 열 그루 남짓의 나무들. 하얗고 연보라 빛을 띤 색색의 꽃들이 맘에 들고 질리지 않을 만큼의 은은한 향기 또한 압권이다. 봄꽃들이 요란한 자태를 거둘 무렵 어김없이 등장하는 현신. 올해도 그 라일락의 재회가 반갑고 즐겁다. 20대 초반 라일락에 얹힌 단상은 희망이다. 논산 훈련소에 막 입소했을 때 그러니까 바로 지금 무렵. 똑똑 떨어지는 목련의 어지러운 잔해들을 치우는 사역은 정말 싫었다. 탐스럽고 곱기만 한 목련의 시든 꽃잎들이 어찌 그렇게 지저분하고 보기 흉했던지. 스러지는 목련들의 한편에서 화사한 꽃과 향기를 수줍은 듯 피워내던 라일락 나무들. 희망을 얹어 바라보던 그 라일락들이 눈에 선하다. 네번째 달력 장을 뜯어내야 할 즈음. 원단에 옹골차게 품었던 꿈과 약속들은 얼마나 이루고 지켜왔을까. 어중간한 봄의 자락에서 쳐다보는 라일락이 오늘은 유난히 더 곱다. 꿈은 멀고 약속도 숱하게 여겼지만, 희망만은 잃지 말아야지.처음처럼.
김성호 논설위원
아직도 안 읽었다고요
평소에 잘난 체하는 집사님이 목사님에게 물었다. "목사님. 요즘 베스트셀러인 '무소유' 읽어 보셨어요?" "아니 아직 못 읽어 보았는데요." "아직도 못 읽으셨어요? 나온 지 5년이나 지났는데요. 그 책 안 읽은 사람 없어요. 우리 목사님 큰일났네." 그러자 목사님이 다시 물었다. "집사님, 혹시 '욥기'읽어보셨어요?" "아니오. 아직 못 읽었어요. 무슨내용이죠?" "그래요? 아직 못 읽었다고요? 그거 나온 지 2500년이나 된 책인데요. 지금 집사님이 들고 계신 그 성경책 안에 있습니다."
영구의 택시비
영구가 택시를 탔다. 한참 지나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비는 3000원이 나왔는데 1500원만 냈다. 택시기사; 왜 1500원만 내세요?" 영구; 같이 탔으니까 반반씩 내자고요."
UCC와 동영상
요즘 동영상(UCC)이 폭발적으로 유행하면서 어딜 가나 개인카메라와 폐쇄회로(CC) TV가 감시하는 세상이 되었다. 최근에 한 남자가 신(神)을 만났는데 신이 한가하게 컴퓨터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요즘 신께서 한가해지신 것 같습니다." 라고 남자가 말하자 신이 대답했다. "요즘은 니들끼리 서로 다 보고 있으니 내가 쫓아다니며 자세히 볼 일이 없어졌어." 그 남자가 이번엔 악마를 만났는데 신과는 달리 악마는 모니터를 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는데 그렇게 정신이 없느냐고 묻자 악마가 대답했다. "말 시키지 마. 요즘 악플 다느라 바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