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3 03:00
6만5천프랑! 더 없으십니까?
조선 佛畵, 한국에 낙찰입니다
1861년 범어사 극락암 봉안
1960년대 해외유출 추정, 스위스 경매사이트서 발견
범어사가 비용 부담해 11점 중 3점 찾아와
국외문화재재단이 나섰다
칠성도는 '아들낳기 기원'
그림에 畵記 정확히 적혀 빠르면 이달 말 한국行
-
- 지난 3일 스위스 취리히 콜러 경매소에서 1861년 제작돼 범어사에 봉안됐던 ‘칠성도’ 석 점이 경매에 부쳐졌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지난 3일 오전(현지 시각) 스위스 취리히 콜러 경매소. "땅!" 하고 경매사가 망치를 내리치자 이민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연구원은 들고 있던 패들(paddle·경매 입찰용 번호표)을 내려놓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부산 범어사 극락암(極樂庵)에 봉안되었다가 1950년대 말~60년대 초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후기 칠성도(七星圖) 석 점이 다시 고국의 품에 안기는 순간이었다. 이 그림의 최종 구매 비용은 경매 수수료를 포함해 7만8500스위스프랑(약 9400만원)이다.
경매소 웹사이트에서 발견된 불화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순화동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전 세계 미술품 경매 정보를 살피며 해외 우리 문화재 실태를 파악하던 이민선 연구원의 눈이 스위스 콜러 경매소 웹사이트에 멈췄다. 조선시대 칠성도 석 점이 웹사이트에 떠 있었다. 작품 이미지를 클릭한 이 연구원은 석 점 중 본존(本尊·중심이 되는 부처)인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가 그려진 불화의 아랫부분에 주목했다. 붉은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뭔가가 적혀 있었다. 화기(畵記)였다.
'화기'란 그림이 제작된 경위에 대한 기록이다. 화기가 있는 옛 그림은 제작 연대와 배경 등을 알 수 있어 당시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사료(史料)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이 연구원은 즉시 경매소에 그림의 상세 이미지를 요청, 불교미술 전문가들에게 정밀 조사를 의뢰했다.
화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함풍 11년 신유년 6월 칠성탱 11축을 밀양부 재약산 표충사 만일회 연지(암)에서 조성하여 동래부 금정산 범어사 극락암으로 옮겨 봉안하였다.'
'함풍(咸�)'은 청나라 문종(文宗) 때의 연호(年號)로, 서기 1851년부터 1861년까지. '함풍 11년'이란 1861년(철종 12년)이다. 화기는 또 그림이 부산 범어사 극락암에 모셔져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재단의 의뢰를 받은 전문가들은 그림이 환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불교 문화재 전문가인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조성 연대와 제작처, 봉안처 등 조성 유래를 확실히 알 수 있고, '칠성도'의 중심인 '치성광삼존도'가 남아 있는 점 등으로 보아 19세기 후반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6·25 이후 혼란기에 유출된 듯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금까지 파악한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는 모두 16만여점. 재단은 문화재 환수 비용을 민간 기부금, 국고(國庫), 원소장처 지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번엔 원소장처인 범어사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범어사 측은 지난달 27일 종무회의에서 금액과 상관없이 그림을 환수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기부나 국고를 통해 환수된 문화재는 국립 박물관에 기증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원소장처인 범어사로 돌아가게 됐다.
-
- 사진은 시계 방향으로 치성광여래 삼존도, 제5광달지변여래·염정성군도, 제6법해유희여래·무곡성군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아들 낳게 해 주는 그림
'칠성도(七星圖)'란 북두칠성을 비롯한 여러 별을 부처로 형상화한 그림. 보통 북극성을 본존인 치성광여래로, 북두의 일곱 별을 각각 부처 형상으로 표현한다.
종교화인 불화에서 조형미 못지않게 중요한 건 예배 대상으로서의 기능이다. 범어사 칠성도가 조성된 무렵인 조선 후기, 칠성 신앙은 기자(祈子·아들 낳기를 기원함) 신앙의 중심에 있었다. 사람들은 사찰의 칠성각에 모셔진 칠성도 앞에서 아들을 낳게 해 달라 빌었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민속학)는 "조선 후기 칠성 신앙은 대표적 민간 신앙으로, 인간의 화복(禍福)뿐 아니라 탄생까지 주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환수된 범어사 칠성도엔 본존인 치성광여래 외에도 북두칠성의 제5번 별 '염정(廉貞)'과 제6번 별 '무곡(武曲)'이 부처로 형상화돼 있다. 김일권 교수는 "북두칠성의 일곱 별은 각기 다른 소원을 들어주는데 염정은 '백장진멸(百障殄滅·모든 장애를 없앰)', 무곡은 '복덕구족(福德具足·복과 덕을 함께 갖춤)'을 담당한다"고 했다. 그림은 빠르면 이달 말쯤 고국으로 돌아온다. 조닷
'藝文史 展示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물로 망한 명나라? (0) | 2015.06.19 |
---|---|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인은 누구? (0) | 2015.06.17 |
'大韓國人, 우리들의 이야기'] "번듯한 재산도 명예도 없지만 자랑스럽다, 참 열심히도 살았으니까" (0) | 2015.06.12 |
석천 전일상(石泉 田日祥)의 한유도 15'5/24 (0) | 2015.06.05 |
가께수리 - KBS 진품명품 1000회 특집 15'5/24 yellowday (0) | 201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