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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아래 천길 낭떠러지… '소림사'의 고장으로 떠난 아찔한 여행 - 중국 무술의 발원지, 소림풍경구

yellowday 2014. 11. 15. 04:24

입력 : 2014.10.08 16:54

중국 허난성은 아직 한국인에게 조금 낯선 지명이지만 오히려 삼국지 초기의 주무대였던 뤄양(洛陽,낙양)과 쉬창(許昌,쉬창)이 있고,

'포청천'과 '황하' 등 친숙한 관광자원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 가장 으뜸은 단연 '소림사'라고 할 수 있다.

허난성 등펑시(登封市)에 위치한 소림사는 단순히 불교 사찰이 아닌 중국 무술의 발원지이자 쿵후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명소라 할 수 있겠다.

중국 무술의 발원지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소림사.

중국 무술의 발원지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소림사.

 

소림사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허난성의 수도인 정저우로 향했다. 정저우행 비행편은 대한항공이 직항을 운영하며,

비행시간은 2시간 45분 소요된다. 다만 월/수/목/토요일만 운행하니 유의해야 한다.

정저우 공항에 도착해 바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소림사는 정저우시 외곽에 있기 때문에 시외버스가 가장 효율적이다.

거리는 87.5km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버스표 가격은 1인당 28위안이며, 여권을 제출하면 여행자보험 가입을 해주는 대신 1위안이 추가된다.

허난성 정저우 시외버스터미널의 외경과 실내 모습.

허난성 정저우 시외버스터미널의 외경과 실내 모습.

 

버스는 1시간에 1대 운행했는데, 시간에 여유가 있어 간단히 식사할 곳을 찾았다. 다행히 터미널 건너편에 정저우역까지 있어

주변에 음식점이 매우 많았다. 특히 역사 주변으로 식당이 많았는데, 그중에 다냥수이자오(大娘水饺)라는 가게로 들어갔다.

'아줌마 만두'라는 이 가게는 만두 전문점으로 메뉴판에 사진과 함께 가격이 나와 있어 쉽게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정저우역과 식당가 그리고 다냥수이자오 가게의 내부와 메뉴판.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정저우역과 식당가 그리고 다냥수이자오 가게의 내부와 메뉴판.

 

식사를 마치고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입구에서 표를 보여주고 들어간 뒤에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한국과 달리 중국 시외버스터미널은 시간에 맞춰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승객이 버스를 찾아가 탑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시간 내 탑승을 못 하면 다음 차량을 이용해야 하니 미리 탑승하는 것이 좋다.

버스를 타고 등펑시에 도착하면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말고 인근에 수시로 운행하는 소림사행 버스가 있으니 찾아보도록 하자. 가격은 5위안으로 저렴하며, 바로 소림사 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정저우 시외버스터미널 승차장 풍경(상)과 등펑 시외버스터미널 승차장 풍경(하).

정저우 시외버스터미널 승차장 풍경(상)과 등펑 시외버스터미널 승차장 풍경(하).

 

소림사는 중국의 5악 가운데 중악이라 불리는 쑹산(嵩山)에 위치해 있다. 높이 1540m에 불과한 산이지만 중국사 유일한 여황제인

측천무후가 자신이 황제가 됐음을 선포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쑹산은 모두 72개의 산으로 이뤄졌는데, 소림사가 자리한 곳은 소실산 아래로 숲이 우거진 곳에 지어진 절이란 뜻의

소림사(少林寺)란 이름이 붙여졌다.

소림풍경구 입구에 세워진 파이팡(牌坊,패방)과 입장권.

소림풍경구 입구에 세워진 파이팡(牌坊,패방)과 입장권.

 

소림사 입구에서 도착해 매표소로 향했는데, 한글 안내판이 있어 깜짝 놀랐다. 그만큼 소림사를 찾는 한국인이 많다는

이야기겠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표를 구입했다. 입장료는 1인당 100위안이다.

입구 초입에선 유람차 승차장이 있다. 입구에서 소림사까지는 걸어서 20분, 쑹산 입구까지는 30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갈 때만 편도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관람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한글 설명이 함께 있는 안내표지판.

한글 설명이 함께 있는 안내표지판.

 

사실 소림사로 향하는 길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험준한 산악을 힘겹게 오를 줄 알았으나 뜻밖에 평탄한 산책로가 계속 이어졌다.

이대로는 아쉽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으니 5악 중 중악이라 불리는 쑹산을 먼저 오르기로 했다.

그 결심에는 케이블카가 큰 도움을 줬다. 쑹산 입구에는 2개의 케이블카가 있다. 하나는 이연걸이 영화촬영을 했던

쑹산 정상의 어쭈안(二祖庵,이조암)으로, 하나는 산 중턱 마을인 산황자이(三皇寨,삼황채)로 향한다.

물론 두 곳 모두 가볼 만한 곳이니 어느 한쪽을 두고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케이블카 비용은 둘 다 동일하게 1인당 50위안이다.

 단, 케이블카 운영 종료시간은 여름 18시, 겨울 17시이니 유의하도록 하자.

케이블카 매표소와 케이블카를 타고 바라 본 풍경(상), 목적지인 치푸타이 전망대와 전망대에서 바라 본 쑹산(하).

케이블카 매표소와 케이블카를 타고 바라 본 풍경(상), 목적지인 치푸타이 전망대와 전망대에서 바라 본 쑹산(하).

 

시간이 없는 관계로 쑹산의 풍경을 전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산황자이만 오르기로 하고 케이블카에 올랐다. 거의 5분이 지나서야 쑹산 전망대인

치푸타이(祈福台,기복대)에 도착했는데, 출구를 나서자 마주한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바위와 숲이 어우러져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더 놀라운 것은 어쭈안까지 이어진 '삼황잔도'라는 길이다. 돌산 중턱에 인공으로 만든 이 길은 아찔함 그 자체이다. 3천m에 이르는

삼황잔도는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조차 궁금할 정도였으니, 중국에 대한 경외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치푸타이에서 산황자이까지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삼황잔도.

치푸타이에서 산황자이까지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삼황잔도.

 

그렇게 삼황잔도를 걸으며 바라본 주변 풍경은 생각지 못한 경험을 전해줬는데, 원래 여행이란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즐거움이 더해짐을

느꼈다. 또한 기암절벽을 감상하다 우연히 마주친 하늘은 너무나 맑아 참으로 복스러운 여행이란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또 하나의 명물인 '연천조교'에 도착했다. 연천조교는 길이 60m로 계곡 사이를 연결하는 일종의 구름다리로

골짜기의 깊이가 약 100m에 달한다. 다리를 건너는 내내 골짜기에서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아찔함을 전해준다.

산황자이를 향하는 길에 바라 본 푸른 하늘과 쑹산(상) 그리고 계곡 사이를 연결하는 연천조교.

산황자이를 향하는 길에 바라 본 푸른 하늘과 쑹산(상) 그리고 계곡 사이를 연결하는 연천조교.

 

이어 산황자이까지 도착해 관람을 마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쑹산 아래로 내려왔다. 산 아래서 소림사로 향하는 길에 만난 것은 소림사 '탑림'이다.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이곳은 소림사 역대 고승들의 안식처이자 묘지이다. 약 1만4천㎡에 달하는 면적에 당나라부터 현재까지

 세워진 248개의 불탑은 각기 다른 모양으로 '고대 탑예술의 박물관'이라 불린다.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로 각종 탑이 숲처럼 분포된 탑림.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로 각종 탑이 숲처럼 분포된 탑림.

 

다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소림사 입구에 도착했다. 영화나 방송에서만 보던 소림사를 눈앞에 두니 흥분감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소림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달마대사와 혜가스님이다. 달마대사야 이곳에서 수련하며 달마권법을 창시한 것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혜가스님은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달마대사가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지 않으면 제자를 삼을 수 없다고 하자 혜가스님은 자신의 팔을 잘라 눈을 붉게 물들여 첫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소림사 스님들의 인사법이 합장이 아닌 한손인 이유가 여기 있으며, 한쪽으로 붉은 천을 두르는 복장 또한 이때 달마대사가 자신의 가사를 벗어 혜가스님의 잘린 팔을 감싸니 붉게 물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소림사 내 달마대사의 모습을 새긴 비석.

소림사 내 달마대사의 모습을 새긴 비석.

 

사자 두 마리가 지키고 선 대문을 지나면 좌우로 건물이 일자로 늘어서 있고, 그 사이에는 높이가 5m쯤 되어 보이는 비석들이 좌우로 있다. 특히 비석 중에 용왕의 아들인 거북상의 머리를 만지면 고민이 없어지고, 치아를 만지면 돈이 많아진다는 전설이 내려오면서 머리와 치아가 반질반질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전설과 현대가 맞닿은 소림사를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몰라 최대한 천천히 관람을 했다.

소림사 내 용왕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전설이 담긴 비석.

소림사 내 용왕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전설이 담긴 비석.

 

생각만큼 크지 않던 소림사 관람을 마치고, 대미를 장식할 무술관으로 이동했다. 무술관에서는 소림사 스님들의 무술시범을 볼 수 있는데,

시간대별로 공연시간이 정해져 있다.

잠시 대기하던 중 무술관 앞 운동장에서는 무예수업이 한창이다. 크게 기합을 지르며, 발차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등펑시에는 무수히 많은 무술학교가 있으며, 학생만 1만여명이 육박한다. 거기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소림사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모두 차기 이소룡과 이연걸의 자질을 갖춘 아이들이다.

소림사 운동장에서 무술훈련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소림사 운동장에서 무술훈련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이제 무술공연을 관람할 시간이다. 소림사에서는 실내외에서 매일 무술공연이 펼쳐지는데, 특히 무술관의 공연에는 소림사 최고의 고수들이 출연한다.

10여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펼치는 봉술과 창술 등 각종 무술 공연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또한 공연 중에는

관람객들이 무대에 올라 소림무술을 따라 하는 이벤트가 있었으며, 1등에게는 소림무술이 담긴 CD를 선물로 준다.

소림사 무술관의 외경(상)과 실내 무술공연의 한 장면.

소림사 무술관의 외경(상)과 실내 무술공연의 한 장면.

 

쑹산부터 소림무술공연까지 소림풍경명승구 관람을 알차게 보낸 뒤 이제 호텔로 가야 할 시간이다.

출구에서 처음 버스에서 내렸던 도로로 나가면 버스와 택시 정류장이 나온다.

사전에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가는 버스는 배차시간이 길어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다. 다만 등펑시가 관광에 특화된

도시이기 때문에 요금을 뻥튀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가격협상은 필수이다.

찬우호텔의 외관.

찬우호텔의 외관.

 

호텔은 4성급 찬우호텔로 성룡, 유덕화 등 유명인사가 이용한 곳이다.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과 깔끔한 방이 인상적인 곳이며,

방에는 기념선물로 소림사 인형과 쿠키가 놓여있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뜨끈한 물에 샤워하며 하루 동안 쌓인 여독을 풀었다. 내일 여행할 곳은 중국 4대 고대서원인 숭양서원과

세계유산인 숭양사탑, 도교의 발상지 중악묘 그리고 멀티미디어쇼인 선종소림 음악대전이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