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눈금 새긴 구석기 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yellowday 2014. 6. 17. 06:57

입력 : 2014.06.17 03:00

충북 단양 후기 구석기 유적서 1만5000여점 유물 대거 출토
동아시아 최초 발견 '눈금 새긴 돌'… 숫자·날짜 등 측정하는 도구로 추정

구석기 사람들도 '눈금자'를 썼을까? 충북 단양에서 후기 구석기시대의 '눈금을 새긴 돌'이 출토됐다.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어디에서도 확인된 적 없는 유물이라 후기 구석기 연구에 도움을 줄 획기적인 유물로 판단된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은 지난 2011년부터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의 남한강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후기 구석기 유적 발굴 조사에서 주먹도끼·찍개·긁개·찌르개 등 후기 구석기 유물 1만5000여 점이 대거 출토됐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가장 아래층인 3문화층에서 눈금을 새긴 돌 제품이 발견됐는데 길쭉한 자갈돌(길이 20.6㎝, 너비 8.1㎝, 두께 4.2㎝)에 0.4㎝ 간격으로 22개의 눈금이 새겨져 있어서 눈길을 끈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에서 발견된 후기 구석기시대의 눈금 새긴 돌. 길쭉한 규질사암 자갈돌(길이 20.6㎝, 너비 8.1㎝, 두께 4.2㎝)에 0.4㎝ 간격으로 22개의 눈금을 새겼다. 흰색 점선 안쪽이 눈금을 새긴 부분. 아래 사진은 함께 출토된 구석기 돌
충북 단양군 적성면에서 발견된 후기 구석기시대의 눈금 새긴 돌. 길쭉한 규질사암 자갈돌(길이 20.6㎝, 너비 8.1㎝, 두께 4.2㎝)에 0.4㎝ 간격으로 22개의 눈금을 새겼다. 흰색 점선 안쪽이 눈금을 새긴 부분. 아래 사진은 함께 출토된 구석기 돌.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돌의 용도는 뭘까. 연구원 측은 "구석기인들의 수(數)나 단위 등 숫자 개념을 기호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해석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석기 연구자인 배기동 한양대 교수는 "프랑스에서 구석기인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7개의 눈금을 새긴 뼈가 발견됐는데 달이 차고 기우는 간격을 새긴 일종의 '달력'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며 "이것도 사냥한 동물의 숫자나 종족의 인원수, 날짜 등을 세는 원시적인 측정 도구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구석기 연구자 한창균 연세대 교수는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나 사람이 의도를 갖고 새긴 건 분명하고, 동아시아에서 이런 기하학적인 선을 새긴 유물은 처음이라 흥미롭다"며 "눈금을 새길 때 사용한 도구는 무엇인지 등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적에서는 모두 3개의 후기 구석기 문화층이 확인됐다. 유적의 형성 시기는 중간층인 2문화층의 숯으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1만8000년 전 즈음이며, 분포 범위는 약 2500㎡로, 현재 조사 구역 바깥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토된 석기는 몸돌과 격지(몸돌에서 떼어낸 돌 조각), 망치 등 석기 제작 관련 유물이 주를 이루며 주먹도끼·찍개·찌르개·슴베찌르개·긁개·밀개·홈날·뚜르개·새기개 등의 연모를 포함하여 모두 1만5000여 점에 이른다. 연구원 측은 "문화층마다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가진 망치돌이 출토됐고, 짝이 맞는 몸돌과 격지, 조각들이 발견되어 이곳에서 석기 제작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