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이중섭 '길 떠나는 가족'에 꽂혀… 연극 제목으로 썼죠"

yellowday 2014. 5. 28. 07:49

입력 : 2014.05.28 02:59

부산展 찾은 연출가 이윤택 "비현실적이지만 가족애 가득"
이중섭 삶 다룬 23년 전 연극, 내달 24일 다시 무대에 올려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전시회 로고 이미지
"히야, 내가 이 그림에 꽂혀서…. 정말 좋지요? 비현실적이에요. 얼굴은 죄다 이목구비가 지워져 있고, 색감도 꿈처럼 흐릿해."

27일 해운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부산전'을 찾은 연출가 이윤택(62)이 이중섭(1916~ 1956)의 '길 떠나는 가족'(1954년)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아버지가 소달구지에 가족을 태우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소를 자세히 보세요. 아주 순하잖아. 옆에 있는 '황소' 그림들은 이렇게 콧김도 내뿜고 강렬한데, 이 그림의 소는 표정이 없어요."

이씨는 그림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아내와 두 아이는 소달구지에 앉아 꽃을 뿌리고 비둘기를 날린다. 슬픈 피란이 아니라 즐거운 소풍을 가듯 행복한 풍경. 그는 "가난 때문에 부인과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화가의 그리움이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며 "극도의 가난과 질병 속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판타지처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출가 이윤택은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앞에서 “비현실적이고 판타지 같은 작품”이라며 “이 그림을 좋아해서 연극 제목도 동명으로 바꿨다”고 했다.
연출가 이윤택은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앞에서 “비현실적이고 판타지 같은 작품”이라며 “이 그림을 좋아해서 연극 제목도 동명으로 바꿨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이씨는 다음 달 24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올린다. 이중섭의 뜨거운 예술혼과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1991년 초연 후 23년 만에 다시 연출하는 그는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원래 김의경 선생님이 쓴 극본 제목은 '흐르지 않는 강'이었는데, 내가 이 그림이 좋아서 제목을 바꾸자고 우겼어요. 그림 속 동작을 무대에서 배우들이 직접 재현할 겁니다."

이중섭이 피란 와서 3년 동안 살았던 부산 범일동 시절도 고스란히 극에 담겼다. 부산 출신인 그는 "1950년대 초 부산은 피란 온 문인과 화가, 연극인들로 인해 문화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내가 20대를 보낸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낭만적인 향취가 남아 있었다"며 "클래식 다방에서 글 쓰고 음악 듣던 그 시기의 정서가 바로 이중섭의 정서였다"고 했다. "'길 떠나는 가족'이 2016년 남미 최대의 공연예술축제인 콜롬비아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어요. 그때 공연과 함께 이중섭 그림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굉장할 거예요."   [출처] 조선닷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