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우리 전통 여인상이 궁금하다면…

yellowday 2014. 3. 25. 16:38

[왜 名畵인가] [22] 오지호 '처의 상'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전시회 로고 이미지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 있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리네 '고전적 여인상'을 통해 기억에서 멀어져간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오지호(吳之湖·1906~1982)의 '처의 상'이다.

오지호가 자신의 부인을 화폭에 옮긴 그림을 두고 혹자는 폴 세잔(1839~1906), 혹자는 앙리 마티스(1869~1954)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는 지중해의 밝은 햇살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화사한 풍광을 그린 라울 뒤피(1877~ 1953)를 떠올린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어떤 '미인도'는 마음 한구석에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기녀를 그린 '미인도'(도쿄대미술관 소장)는 미술 평론가 손철주가 자신의 글에서 '교태를 드러내는'이라고 표현했듯, 우리의 여인상을 대표하는 미인도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오지호의 '처의 상'은 아주 다르다.


	오지호의 1936년작 ‘처의 상’ 작품 사진
오지호의 1936년작 ‘처의 상’, 72×52.7㎝.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은 여인의 옅은 하늘색 치마와 흰색 저고리에서 다듬잇방망이 소리가 조용히 들리는 듯하고, 단정하게 손질한 쪽 찐 머리에서 비녀가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무릎 위에 얌전히 포갠 두 손과 엷은 붉은색 얼굴에서 쑥스러워하는 다소곳한 여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자기 여인'을 화폭에 옮기며 행복에 겨워하는 작가 오지호의 흥얼거림도 들리는 듯싶다. 오지호의 여인상을 보노라면 한국 여인의 다소곳한 마음이 조용하면서도 환하게 전해진다.

특히 우리의 전통적 여인상이 혼란스럽고 궁금하다면 오지호의 '처의 상'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요즘처럼 외모를 중시해 얼굴 성형이 극심한 세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의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할 때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