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라면 단연 인도의 타지마할이다. 인도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22년간 지었다는 그 묘지는 묘지가 아니라 대리석으로 빛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이다.
거기다 샤자한과 그의 아내 뭄타즈의 사랑 이야기가 더 해지다보니 그 묘지는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사랑을 했기에 그리도 애틋하게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저 사는 게 평범한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다. 아내를 떠나보내지 못해 22년 동안이나 묘지가 아닌 궁전을 지은 사자한이라는 사람을 다음 생애는 한번 만나보고 싶다.
아님 그 비슷한 남자라도 한 번 만나 사랑을 해보고 싶다. 그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서, 그를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기에…
가끔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인도 이야기 중에는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것에 있어 조선 시대 버금가는 나쁜 소식들을 접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너무 안 됐고 불쌍했는데 인도에 관한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치고 말았다.
바로 이 단어 해혼(解婚)이다. 이것은 이혼과는 엄연히 다른 문화다. 결혼을 해지한다는 뜻이다.
입에서 나도 모르게 ‘역시 인도야. 매력 있어’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인도에서의 해혼(解婚)은 그리 드물지 않다고 한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니 뜻밖에 인도의 최상 계급인 브라만층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결혼식을 치르고 자식들을 낳아 훌륭히 키우고 출가를 시킨 다음엔 바로 이 해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합하지 못하고 상대를 원망하며 헤어지는 것이 이혼이라면, 해혼은 생활은 그대로 유지하며 한집에 살아가되
결혼에서의 의무와 권리에서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인도의 성인이라는 간디도 해혼식(解婚式)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함석헌 선생의 스승인 다석 유영모 선생은 51세에 해혼
(解婚)을 선언하고 부인의 생활에 일체 간섭하지 않고 오누이처럼 오순도순 지내며 91세까지 재미있게 살았다고 한다.
언젠가 TV에서 언뜻 스치며 지나간 리얼스토리가 생각난다. 아주 오지에 사는 남녀 두 어르신이 겨울이면 한집에 산다고 한다.
오지 특성상 두 분이 겨울을 지나기엔 너무 힘이 들어서 한집에 살게 되었다는데 한집에 살 뿐 서로의 생활에 대해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자식들도 그 방법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다니 바로 그 모습이 해혼(解婚)의 모델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육십(六十)이면 이순(耳順)이라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이해(理解)하는 나이이고, 칠십(七十)이면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라고, 마음이 하고자 하는 일을 쫓아도 법(法)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라고 한다.
요즘은 황혼 이혼이 대세이다. 오랜 세월 동안 부부라는 의무감 때문에 서로가 하고 싶은 일 많이도 참고 살다가
끝내는 미워하고 원망하며, 노년에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는 이유로 황혼 이혼을 선택한다고 한다.
한길리서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50,60세대 70%가 황혼이혼을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누구를 위해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47.7%가 '나를 위해' 라고 응답했다. 그런데 결혼을 풀어놓는 해혼(解婚)이 있다면 노년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 된다.
그래서 나도 오늘 꿈을 꾼다. 같이 살되 같이 살지 않는 삶,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훌훌 여행을 떠나고….비록 해혼식(解婚式)은 치르지 않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
그것이 노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