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19 10:53 | 수정 : 2014.03.19 11:11
2011년 5월 7일 방영된 'SBS놀라운 대회 스타킹 변혜정씨 편 방송화면 캡처
![2011년 5월 7일 방영된 'SBS놀라운 대회 스타킹 변혜정씨 편 방송화면 캡처](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3/19/2014031901236_0.jpg)
지난 12일 새벽 3시 20분쯤. 트위터에 절박한 ‘구조요청’이 올라왔다. 두 아이의 엄마가 올린 글이었다. 자신을 ‘가난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글쟁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변혜정(44)씨다. 지난 2011년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병마와 싸우는 상황에서 두 아들을 위한 눈물의 노래를 불러 유명해졌다. 아프기 전 그는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강사 등으로 바삐 일했다.
하루 2~3시간씩밖에 자지 못하며 일에 몰두했던 변씨는 11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중증근무력증, 뇌종양, 천식…. 10여 가지 합병증이 그를 주저앉게 했다. 몸은 서서히 힘을 잃었고, 서 있는 것도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1년에 1억원에 가까운 병원비가 들었다. 한때 연봉 1억원이 넘었던 그지만, 병마와 장애 앞에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는 거동도 하지 못하는 그를 지키기 위해 남편은 직장을 그만뒀다. 그는 마비가 오기 전까진 보험 일과 논술 과외 등을 하면서, 이후엔 3만~5만원짜리 외부원고를 쓰며 생계를 이었다.
형편은 어려워져만 갔다. 그는 거주지인 경기도 분당구의 동(洞) 주민센터 3곳, 구청, 시청 등에 도움을 청했지만, 외면당했다. 2011년 이전까지 꾸준히 있었던 그의 소득 기록과 남편의 추정소득(일할 수 있는 사람의 가상소득 추정치)이 이유였다. 그가 만났던 사회복지사들은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주민센터 담당자는 “(변씨가) 기초생활수급보장 대상은 안 됐지만, 지자체에서 다른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그녀가 외부로부터 받은 돈은 아이들 교육비 차원으로 복지관에서 작년 12월부터 월 40여만원씩 받는 게 전부다.
월세가 밀려 지금 살고 있는 임대주택에서도 내달이면 쫓겨난다. 그의 전재산은 300만원 정도. 그는 여러 분야의 유명인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대통령, 시장, 정치인, 유명 연예인…. 특히 대통령의 트위터엔 수차례 ‘SOS’를 쳤다.
“대통령님! 저는 11년 넘게 투병하면서도 일했고, 그 대가로 돈을 벌어 치료받았습니다. 하지만 투병기간이 길어질수록 집을 팔고, 전세에서 월세로 변하고, 갈 곳을 잃었는데도 일한다는 이유로 임대주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이 글도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한 번쯤은 답을 주시겠지’ 기대했지만, 저 혼자의 발버둥이었습니다. (중략) 제발 대통령님만큼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어서 도울 수 없다는 말씀 말아주세요. 마지막 소원이고 부탁입니다.”
변씨의 처지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세 모녀’ 만큼이나 절박했다. 하지만 복지 사각(死角)지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세 모녀와 달리 그에겐 ‘희망’이 있었다. 그에게 힘이 돼준 건, 정부도 지자체도 아닌, 트위터였다.
그는 지난 12일 “저를 도와주십시오. 빌려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은행 ×××-×××××(계좌번호)입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벼랑 끝에 선 사람의 비명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구구절절한 그의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이 그의 호소에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어떤 이는 “사는 게 힘들어 적은 돈만 보내줘서 미안하다”고 했고, “어렸을 적 돈이 없어 공부 못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아이들 교통비라도 보태라”며 돈을 송금한 이도 있었다.
지난 18일 1만8000원밖에 없었던 그의 통장엔 318만원이 쌓였다. 100여명의 보통사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아준 돈이다. 돈을 찾으러 휠체어를 타고 간 은행에서 한참을 울었다는 그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밀린 월세 100만원을 내고, 아이 학교 급식비 부족분 3만원을 냈고, 새 학기에 못사준 노트를 샀다. 100만원은 이사할 집 계약금으로 쓰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피자를 먹이고 싶다. 보내준 돈 3만원을 피자를 사는 데 써도 되겠느냐”고 쓴 그의 글은 트위터 이용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한 이용자는 이 글을 보고 “피자 한 판 더 드시라”며 돈을 더 보냈다. 그는 “피자집에 4년 만에 가 본다”는 기쁨과 감사의 글을 띄웠다. 변씨는 자신의 책과 그동안 쓴 글을 도움을 준 분들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18일 변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변씨는 가끔 흐느끼면서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제가 정부에 수없이 많은 도움을 청하면서 참 수치스럽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결국 트위터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습니다.”
변씨는 “지난주 ‘죽을 만큼 힘들다’고 트위터에 올렸더니, 한 국회의원이 그것을 ‘자살예고’로 오해해 경찰에 신고했다”며 “몇 년을 살고 싶다 할 땐 그렇게 찾아도 연락 없던 사람들이, 죽겠다니 쳐다보는 게 참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신고 때문에 확인 후 보고서를 올려야 된다’는 경찰의 말에 기침 때문에 목에서 피가 나는데도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변씨는 우리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 줄 것을 호소했다. “언젠가 제가 여러분 곁을 떠나게 되면 4년간 얼마나 살기 위해 노력했고 복지제도의 잘못된 점을 고쳐달라 외쳤는지, 그리고 왜 정치하시는 분들은 죽음에만 반응을 보였던 것인지 밝혀주세요. 그래야만 매번 같은 죽음이 반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같은 처지의 이들에게는 희망을 당부했다. “저처럼 생계 곤란으로 힘든 상황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께, 꼭 주위 분들과 상의하고 도움을 청해 살아 달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세상은 그래도 아직 따스한 곳이니까….”
변혜정씨 트위터 캡처
![변혜정씨 트위터 캡처](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3/19/2014031901236_1.jpg)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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