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D 삭스 지음 | 이종인 옮김
21세기북스 | 352쪽 | 2만2000원
"우리는 모두 이 비좁은 행성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 자녀들의 미래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 상대방이 굴욕적인 후퇴나 핵전쟁을 양자택일하게 만드는 강압적 대치 국면을 피해 나가야 합니다." 1963년 6월 10일, 아메리칸 대학의 졸업식에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이 같은 내용의 '평화 연설'을 했다.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다. 그 사건 직후 케네디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핵무기가 다량으로 설치된 세계는 다루기가 아주 어려운 세계다."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소련에 먼저 평화의 손길을 내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인 저자는 케네디 정부 말기의 정치적 상황을 검토하면서, 특히 암살 직전 몇 달 동안의 주요 연설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그 결과 "케네디는 세계 평화와 공존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는 결론에 이른다. 케네디는 분열하는 동맹국과 매파 공화당 의원들, 행정부 관리들에게 '두 초강대국의 협력'을 설득했으며, 1963년 8월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의 업적을 이뤄냈다. 저자는 소통과 대화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케네디의 진정한 리더십이 발현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