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관리할 틈을 더 못 낸다는 말이다. 의사이자 CEO로, 진료와 행정을 함께 책임지는 병원장은 격무와 스트레스가
의사 중에서도 가장 심하다. 그런 병원장들은 스스로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들의 건강 노하우를 소개한다. (편집자)
정남식 세브란스병원장은 아침 잠이 깨도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누운 채로 한참 몸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침대에서 하는 '신체 리모델링 운동'이 환자 진료와 병원 경영에 '한 몸을 둘로 쪼개 쓰는' 그의 건강 비법이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재작년 병원장이 되고 나서 헬스클럽은 꿈도 못 꾸지만, 이 운동을 하고부터 체력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①위를 보고 누운채 목을 들어 왼쪽으로 돌려서 10초, 오른쪽으로 돌려서 10초씩 버티는 거북목 방지 운동을 20회 한다.
②엎드린채 두 팔을 비행기 날개처럼 펴고 상하체를 활처럼 휘게 쳐드는 유연성 운동을 20회 한다.
③다시 돌아누워서 두 무릎을 굽힌 채 다리를 ㅅ자로 만들고 엉덩이를 드는 허리 운동을 50회 한다.
④ㅅ자 다리에서 무릎만 떼고 엉덩이를 10초간 드는 운동으로 마무리한다.
사무실에서는 수시로 발뒤꿈치를 든 채 의자나 책상을 잡고 무릎을 굽혀 상체를 아래로 내려 버티는 스쿼트를 한다.
테이블에 올라가 이 동작을 시범 보이는 정 원장은 6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몸이 활처럼 굽혀졌고, 다른 운동은 전혀 안 한다는데도 근육이 단단했다.
정 원장은 "기상 직후와 취침 전 이 운동을 하면 평소 안 쓰던 근육이 고루 사용되고, 유연성과 근력이 좋아진다"며
"예전엔 하루만 골프를 쳐도 온몸이 사흘간 쑤셨는데, 지난 설 연휴 나흘간 매일 카트를 타지 않고 쳐도 거뜬했다"고 말했다.
- ▲ 정남식 원장이 테이블 위에서 유연성 운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는 두툼한 손으로 먹을 갈고 화선지에 붓을 내리 그으면서 정신건강을 관리한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이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3년 연속 의료기관 1등을 차지하면서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며 "환자들에게서 '서비스 1등 병원이 뭐 이래'라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서예는 마음의 안정을 찾음으로써 똑같은 스트레스라도
심신에 부정적인 작용을 하는 디스트레스(distress)가 되지 않고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유스트레스(eustress)로 전환시키는 건강법"이라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 명의로 꼽히는 정 원장은 '매일 아침 공복에서 체중 재기'와 '체중 변화에 따라 식단 조절하기'를 자신의 심장건강
비결로 공개했다. 그는 "표준 체중에서 3~4㎏ 더 나가는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 이상 몸이 불으면 심혈관에 본격적인
부담을 준다"며 "체중이 평소보다 1㎏ 이상 증가하면 식사 메뉴와 식사량을 조절해 즉시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장 건강을 위해선 싱겁게 먹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아내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짜게 먹던
남자도 부인이 싱거운 식성이면 결국 싱겁게 먹게 되고, 원래 싱겁게 먹던 남자도 짜게 먹는 집으로 장가가면 소금치는 양이 는다"며
"나도 짠 음식과 육류를 좋아했는데, 집사람이 싱거운 채식을 좋아하는 덕분에 식성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 이동혁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