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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佛畵(석가삼존도), 100년 만의 歸鄕… 일등공신은 유튜브?

yellowday 2014. 1. 8. 07:56

입력 : 2014.01.08 03:03

반환되기까지 - 소장하던 美 박물관, 작품 영상 올려
국외문화재재단이 검색 중 발견… 한 미국계 기업 후원으로 환수 성사

'석가삼존도'는 - 가로세로 3m, 1730년대 제작 추정 "파격적 圖像… 학술적 가치 크다"

"어, 이거 조선 불화(佛畵) 아닌가요?"

지난해 5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실. 인터넷을 검색하던 계약직 연구원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발견했다. 버지니아주 박물관협회가 선정한 '2011년 위험에 처한 문화재 10선'에 조선시대 채색 불화 1점이 올라 있었다. 작품을 소장한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에 있는 허미티지박물관(Hermitage Museum&Gardens)은 복원 및 보존처리가 시급하다며 후원자를 찾던 중이었다. 두 달 뒤 재단은 팀을 꾸려 박물관을 찾아갔다. 가로·세로 각 3m가 넘는 거대한 크기,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표현한 파격적 도상(圖像)…. 학술적 가치가 큰 희귀 조선 불화가 분명했다.

100년간 유랑 끝내고 고국으로

일제강점기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 일본에 반출, 100년간 해외를 떠돌던 조선 후기 대형 불화가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미국 허미티지박물관에서 조선 불화 1점을 돌려받았다며 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불화를 공개했다.


	7일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실에서 최영창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활용홍보실장이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7일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실에서 최영창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활용홍보실장이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불화의 운명은 기구했다. 뜯긴 불화는 일본 미술품상 야마나카상회에 넘겨졌다. 이후 태평양을 건너가 1942년 미국 톨레도박물관에 전시되는 등 미국 시장을 떠돌았다. 이때 또 한 번 운명이 바뀐다.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함께 미국 정부는 '적국자산관리국(Office of Alien Property Custodian·APC)'을 통해 미국 내 일본 자산을 압수한다. 불화도 이때 몰수됐다. 미국 정부는 미술품을 경매에 넘겼고, 뉴욕 경매시장에서 1944년 낙찰가 450달러에 허미티지박물관에 팔렸다.


	100년간 해외 떠돌던 조선 佛畵, 마침내 고국으로… 일제강점기에 무단으로 뜯겨 일본에 반출돼 100년간 해외를 유랑하던 조선 불화가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 불화의 운명은 기구했다.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다 적산(敵産·적국의 재산)으로 분류돼 경매 시장에서 허미티지박물관에 팔렸다. 박물관은 이 불화를 사서 천장에 그저 매달아 놨을 뿐이다. 가로·세로 각 3m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이 조선 불화는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파격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100년간 해외 떠돌던 조선 佛畵, 마침내 고국으로… 일제강점기에 무단으로 뜯겨 일본에 반출돼 100년간 해외를 유랑하던 조선 불화가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 불화의 운명은 기구했다.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다 적산(敵産·적국의 재산)으로 분류돼 경매 시장에서 허미티지박물관에 팔렸다. 박물관은 이 불화를 사서 천장에 그저 매달아 놨을 뿐이다. 가로·세로 각 3m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이 조선 불화는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파격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최영창 활용홍보실장은 "식민지 시절 뜯긴 불화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일본의 적산(敵産·적국의 재산)으로 분류돼 팔려간 것"이라고 했다. 불화는 1954년 버지니아주의 노포크박물관(현재 크라이슬러박물관)에 20년 장기 대여 형태로 전시되기도 했다. 1973년 허미티지박물관에 돌아온 불화는 둘둘 말려 천장에 매달린 채 40년간 방치돼 있었다.

기업 후원 받아 기증… 환수의 새 모델

반환 협상은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활동에 동참한 미국계 기업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Riot Games Korea)가 허미티지박물관에 박물관 운영기금을 기부함으로써 성사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문화재청에 6억원을 기부했고, 이 중 3억원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후원돼 이번 반환에 쓰였다. 안휘준 이사장은 "반출 문화재가 해당 국가의 소장기관과 협의를 거쳐 뜻있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기증 형식으로 반환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환수 모델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했다.


	반환되는 ‘석가삼존도’의 특징 설명도

석가삼존도의 파격적 도상

불화는 일단 크기가 압도적이다. 318.5×315㎝. 사찰 대웅전에 걸린 후불탱화(後佛幀畵·불상 뒤에 거는 탱화)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 내용은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그려 넣고 10대 제자들인 아난과 가섭을 석가모니 앞에 그려 넣었다. 이를 '석가삼존도' 형식이라 부른다. 보살이 머리에 쓴 보관(寶冠)과 영락 장식은 1731년 제작한 송광사 응진전 '석가모니불도'와 매우 유사한 점으로 미루어 제작시기는 1730년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존의 석가삼존도와 양식이 파격적으로 다르다. 아난과 가섭을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상단부에 작게 그리는 기존 불화와 달리, 두 사람을 석가모니 하단 앞쪽에 크게, 서로 대화하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조선 불화 전문가인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파격 도상이라 미술사적으로도 희귀할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표정도 매우 섬세해 조선 불화에선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