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31 03:03
양고기 볶음밥을 먹는 내내 식당 주인과 손님 대여섯이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봤다. 이튿날 여행사에서 만난 위구르족 청년 가이드는 이것저것
중국어로 물은 끝에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서야 경계심을 풀었다. 그는 "공안이 보낸 정보원인지 의심했다"고 했다. 그날 밤 청년 집에 초대받아
하룻밤 묵으며 음식과 술을 나눴다. 베이징 명문대를 나온 그는 위구르인에 대한 차별에 울분을 터뜨렸다.
▶위구르 지역을 다니며 '여기가 중국 땅 맞나' 싶었다. 삶과 문화가 한족(漢族)과 워낙 달랐다. 튀르크계 위구르인은 콧날이 오똑하고
피부가 흰 편이며 고유 언어를 쓴다. 남자는 사각모자 돕바(화마오·花帽)를 쓰고 여자는 꽃무늬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다.
이슬람교도여서 돼지고기를 피하고 양고기나 닭고기를 먹는다. 식사 후엔 밀크티 나이차(奶茶)를 즐겨 마신다.
동(東)투르키스탄공화국으로 독립했지만 49년 다시 중국에 편입됐다. 중국 국토 6분의 1을 차지하는 땅에 중국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의 30% 이상이 묻혀 있다. 그래서 중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땅이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을 포함한 55개 소수민족에게 교육과 공무원 채용에서 특혜를 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수민족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
능력이 뛰어나도 고위직 승진 길이 막혀 있다. '서부대개발' 정책으로 한족이 옮겨 살면서 민족 갈등도 커졌다.
초기 인구의 7%였던 한족이 이제 40%를 넘는다. 위구르인은 삶의 뿌리가 뽑힌다는 절박한 심정일 것이다.
▶그제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지프 한 대가 돌다리를 들이받아 폭발하면서 5명이 죽고 38명이 다쳤다. 늘 무장경찰이 지키는 중국의 핵심부다.
사망한 탑승자 셋은 모두 위구르족 일가족이다. 우루무치에서 차를 몰아 3000㎞를 왔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폭탄 테러로 보고 범인들을 쫓고 있다.
2009년엔 위구르 지역에서 두 민족이 충돌해 197명이 죽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뒷골목에선 일자리를 못 구한 위구르 청년들이 양꼬치를 팔아 살아간다.
그들의 어두운 낯빛이 잊히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이들을 따뜻하게 품지 못하고 힘으로 누르려 한다면 저항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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