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스티브 잡스의 車庫

yellowday 2013. 11. 2. 02:24

 

입력 : 2013.11.01 03:05

스티브 잡스의 양아버지는 중고 자동차를 직접 수리해 되파는 일을 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앨터스에 있는 집 차고가 아버지 작업실이었다. 그는 열세 살 잡스를 차고로 데려가 작업대에 금을 긋고 한쪽을 나눠주며 말했다. "스티브, 이제 여기가 네 작업대다." 나중에 잡스는 "아버지가 자동차로 전자공학의 기초를 가르쳐준 덕분에 컴퓨터에 흥미를 품게 됐다"고 했다. 1976년 스물한 살 잡스는 아버지 차고에서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 회사 애플을 세웠다.

▶애플은 컴퓨터 회로 기판(基板)부터 만들었다. 잡스는 거실의 TV 수상기를 가져와 회로 기판을 연결해 성능을 테스트했다. 아버지가 "미식축구를 봐야 한다"며 TV를 도로 거실로 가져가면 잡스는 동업 친구들과 앞마당에서 기타를 치며 TV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차고에서 출발한 애플은 30년 뒤 지구촌에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켰다. 며칠 전 로스앨터스 역사위원회는 잡스의 차고를 가리켜 "역사적 사건이 이 집에서 일어났다"며 사적지로 지정했다.


	만물상 일러스트

▶한강의 기적은 무(無)에서 유(有)를 일군 기록이다. 지금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조선·자동차는 60년 전엔 이 땅에 없던 산업이다. 그래서 나라 여기저기에 창업의 터가 흩어져 있다. 정주영은 1940년 서울 아현동에 자동차 정비소 '아도서비스'를 세웠다가 20일 만에 불이 났다. 정주영은 신설동에 두 평 남짓한 정비소를 새로 열었다. 글로벌 기업 현대차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창업 터였던 정비소는 모두 잊히고 말았다. 현대차조차 아현동과 신설동 정비소의 위치를 모른다고 한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가 1931년 진주에 세운 구인회상점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홍수 때 물에 잠긴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만 남아 있다. SK그룹의 뿌리는 창업주 최종건이 1953년 수원에 세운 선경직물 공장이다. 이 공장도 2003년 문을 닫은 뒤 폐허가 된 채 방치돼 있다. 이병철이 1938년 대구에 세운 삼성상회 목조건물도 사라진 지 오래됐다. 그나마 2년 전 대구시가 그 자리에 옛 모습을 부조(浮彫)로 재현한 벽을 세워 기념 공간으로 꾸몄다.

 

▶"꿈도 여럿이 꾸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한강의 기적은 억척스러운 기업가 정신이 물꼬를 트고 국민이 땀을 흘려 함께 꾼 꿈의 결실이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기업인들이 첫 씨앗을 심은 창업 터는 '꿈을 키우는 공장'이었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이 새로운 꿈의 영감을 얻을 곳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다가 30~40년 뒤엔 기념할 만한 창업 터가 생기기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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