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벌거벗은 이승만, 굽실대는 박정희… 前대통령 비방 그림

yellowday 2013. 9. 28. 10:20

 

입력 : 2013.09.28 03:01

역사책의 삽화도 편파적


	나체로 왕좌에 앉아 주름진 얼굴을 턱에 괴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나체로 왕좌에 앉아 주름진 얼굴을 턱에 괴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사진〉과 군복을 입고 일본에 굽실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일부 어린이 교양 역사서가 그린 한국 역대 대통령 모습이다. 한겨레틴틴이 발간한 '십대가 만난 현대사(1) 4·19혁명'(저자 윤석연·그림 소복이, 기획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국)은 1956년 3월 29일 열린 '이승만 대통령 제81회 탄생 경축식'에 대해 설명한 뒤 "정치가는 물론이고 예술가들까지 나서서 이승만을 칭송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내용이 기재된 페이지 옆면(26쪽)에는 벌거벗은 몸에 중세시대 왕처럼 왕관과 망토를 착용한 남자가 주름진 얼굴을 괴고 "내가 그렇게 괜찮나?"라고 말하는 삽화가 실렸다. 주변에 작게 그려진 사람들은 "오… 민족의 태양!" "고마우신 리 대통령. 우리 대통령!" "국민에게 환희를 베풀어 주세요"라고 말하며 위로 손을 들고 있다. 이 삽화 아래에는 "(이승만은)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왕의 권력을 꿈꾸었다"고 서술했다.

소담주니어의 '다시 쓰는 이야기 한국사(2) 훈민정음부터 새 천년의 꿈과 희망까지'에는 군복을 입은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협정'이라고 적힌 종이와 연필을 들고, 팔짱을 낀 채 콧방귀를 끼는 일본 순사에게 굽실거리는 그림이 실렸다. 이 삽화가 실린 페이지에는 "박정희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으로 있을 때부터 일본 총리와 만나 회의를 하는 등 일본과 국교를 맺으려 서둘렀어요. 일본 총리와 회의를 했던 군인들은 일본에 친절한 정도를 넘어서 창피스러울 만치 굽실거렸어요"라고 적혀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글보다 그림과 같은 '이미지'를 더 오래 기억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벌거벗은 역대 대통령'을 본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를 기억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그림에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닷